[사설] 경기 침체는 아랑곳하지 않는 은행들의 이자 장사

입력 2025-06-10 01:10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중은행의 행보는 이를 무색게 한다. 예금금리는 발 빠르게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거꾸로 올려 이자 장사에 몰두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를 핑계로 서민 부담은 나 몰라라 하는 배짱장사는 요지부동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연내 두 차례 정도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로 올해 0%대 저성장으로 치닫는 경제를 부축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하지만 은행권은 자신들과는 하등 관계없다는 듯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하단을 연 3.7%에서 연 3.87%로 올렸고, 우리은행·케이뱅크도 주담대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일제히 내리며 3%대 상품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2.73%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낮춰주려는 중앙은행의 정책 의도와 달리 은행들이 그 과실을 가로채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은행들의 이러한 배짱영업 행태가 반복된다면 서민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 재정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금리 인하 효과가 왜곡될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이 갈수록 먹히지 않게 되면서 정부 정책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대출 만기를 늘리고 한도까지 확대하고 있다. 7월 시행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를 앞두고 대출수요를 최대한 흡수하기 위한 것으로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는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은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흐름에 부응하려는 태도의 전환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