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0년 3월 대전신학대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내 나이가 만으로 46세였으니 역대 최연소 총장이 된 것이다. 학교의 당면과제는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었는데, 돈은 마련돼 있지 않고 건축은 필수적이었다. 건축을 위해 한 학기 내내 혼자서 기도했다. 나는 정직과 열심 두 가지를 하나님께 서원했다. “하나님, 저는 재주도 없고 경험도 없고 나이도 젊고 테크닉도 없습니다. 그러나 총장으로 일하는 동안 두 가지는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모든 일을 정직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나는 한 학기가 지난 후에 “구하라 주실 것이요”라는 성경 구절을 크게 써놓고 학생들에게 학교 새벽기도회를 선포했다. 건축을 위한, 총장이 인도하는 신학교 새벽기도회는 전국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참으로 고맙게도 학생들 절반이 새벽기도회에 출석했고, 교직원들도 거의 전원 출석했다. 우리는 모금에 대한 대책이 없었으나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시리라 믿고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2002년 8월 29일 본관동 기공 예배를 드리고 본격적인 건축이 시작됐다.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학생들이 용기를 얻었다. 구하면 주신다는 말씀이 현실화해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목격한 학생들이 감격해 자발적으로 기도 모임을 하고 헌금을 하기 시작했는데, 500명 학생의 모금액이 1억원에 달했다. 교직원들도 봉급 일부를 건축헌금으로 바쳤는데 모여진 돈이 3억원이나 됐다.
학교 건축을 위해 기도하면서 일어난 기적과 기도의 응답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신대원 원우회장 방연영 전도사는 결혼반지를 건축헌금으로 바치기도 했고, 결혼한 한 전도사가 신혼여행 경비를 아껴 50만 원을 헌금한 사례도 있었다. 단체로 금식한 헌금을 바친 학년도 있었고, 여름 방학에 아르바이트한 비용을 모아 헌금한 여학생도 있었다. 이는 어느 학교에서도 없는 기적이었다. 당시 건축위원장 박래창 장로(소망교회)는 1억원을 내 앞에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총장님, 이것은 제 돈입니다. 그러나 제가 했다고 하지 마시고, 소망교회가 헌금한 것으로 해주세요.” 개인의 이름은 감추고 교회 헌금으로 처리해 달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
총장으로 부임한 후 전국적으로 교회 설교 요청이 잇달았다. 그리고 총장으로 국내외 부흥회를 인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설교한 국내외 부흥회, 사경회 등을 합치면 약 500회 정도이니 이제는 전문부흥사가 다 된 셈이다.
건축헌금을 위해 개인적으로 사람을 따로 만나 요청하지 못하는 나의 성격을 아시고, 하나님은 내게 말씀을 전하는 달란트를 주셔서 부흥회와 각종 헌신예배, 수련회, 세미나 등의 강사로 활동하면서 말씀도 전하고 모금도 하게 하셨다. 학교 건축헌금은 대부분 내가 교회 부흥회나 기타 초청 설교를 통해 교회가 자발적으로 보내온 것이다. 내가 의도하거나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가장 이상적인 모금을 한 결과가 돼버렸다. 총장으로 학교 건축을 하는 동안 거의 매주 끊임없이 설교 요청이 왔고 건축헌금도 계속됐다.
정리=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