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물·콩류 섭취 늘리기 등 유도
해외 사례, 국립암센터가 참고
수칙 개정과 함께 중시해야 할 건
낮은 실천율 제고 프로그램 도입
대상자 맞춤형 교육 등 병행해야
해외 사례, 국립암센터가 참고
수칙 개정과 함께 중시해야 할 건
낮은 실천율 제고 프로그램 도입
대상자 맞춤형 교육 등 병행해야
내년에 국민 암예방 수칙 일부가 바뀔 전망이다. 수칙이 2006년 최초로 제정되고 2016년 개정된 지 10년 만이다. 국립암센터 김병미 암예방사업부장은 9일 “암예방 가이드라인 개정 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의 생활습관 변화와 최신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수칙 개정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 2030)에서 최신 과학적 근거 기반 암예방 수칙 개정 연구를 올해 추진 사업으로 정해 놓고 있다.
현재 대국민 암예방 수칙은 8개의 위험요인(흡연, 식이, 음주, 신체 활동, 비만, 감염, 직업, 검진)별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1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2016년 음주 항목에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와 감염 항목에 ‘자궁경부암(HPV) 예방접종 받기’가 추가된 바 있다.
이번에는 해외 다수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지만 국내엔 빠져 있는 식이 영역의 ‘가공육 섭취 제한하기’와 ‘적색육 섭취 제한하기’ ‘패스트푸드·가공식품 섭취 제한하기’ 등의 항목이 새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식이 관련 수칙 추가 검토 중
국립암센터는 2023년 20~69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암예방 수칙 인식 및 실천 행태 조사를 벌이며 식습관 관련 국내외 암예방 수칙을 비교·분석했다. 세계암연구기금&미국암연구소(WRF&AICR), 국제암연구소(IARC), 미국암학회(ACS), 일본국립암센터(NCC Japen) 등 유수의 암 관련 기관들 가이드라인이다.
여기에는 국내 수칙에 포함돼 있지 않은 ‘통곡물과 콩류 섭취 늘리기’ ‘패스트푸드·가공식품 먹지 않기’ ‘적색육·가공육 섭취 제한하기’ ‘가당 음료 마시지 않기’ 등이 들어 있다. 분석 결과 이런 수칙 중 ‘적색육 먹지 않기’를 제외하고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암예방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실천율은 40%를 밑돌았다. 젊은 연령일수록, 신체활동이 적을수록, 영양 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비만한 경우 전반적으로 수칙 실천율이 낮았다. 응답자의 85% 이상이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가공육, 가당 음료 섭취 제한을 국내 암예방 수칙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암센터는 또 지난해 10월~올해 1월 암예방 및 역학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해외 암예방 가이드라인 중 국내 수칙에 추가할 항목의 우선순위를 조사했다. 중요성과 시급성, 잠재적 가치, 보편성, 예방 가능성 등이 기준으로 고려됐다. 최종 우선순위 평가에서 ‘가공육 섭취 제한하기’가 56.8%로 가장 높았고 패스트푸드·가공식품 섭취 제한하기(25.4%), 적색육 섭취 제한하기(17.8%) 등 순이었다. 가공육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으며 대장암 등과의 연관성이 보고돼 있다. 세계암연구기금과 미국암연구소 등도 가공육 섭취와 암 발생의 관련성을 언급하며 섭취 제한을 권고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또 적색육을 ‘2A군 발암 요인’으로 분류한다. 세계암연구기금 보고서에도 적색육이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고 적시돼 있다. 아울러 패스트푸드 및 가공식품 섭취는 체중 증가를 유도해 대장·유방·방광암 등의 발생과 연관된 것으로 연구돼 있다.
김 부장은 “전문가 조사에서 가공육 섭취 제한이 우선순위 1위로 나타났지만 이대로 수칙에 추가되는 것은 아니며 우리 국민의 행태와 연구결과를 종합해 국내 실정에 맞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이 영역 외에 흡연, 음주, 신체 활동 등 다른 암 위험요인 항목들도 개정 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암센터의 설명이다. 흡연의 경우 근래 전자담배의 유해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수칙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김 부장은 “국외 수칙 중 실천율이 낮고 실효성이 높은 항목을 선별해 한국인 대상 문헌 고찰과 근거 검토를 통해 기존 수칙 유지, 변경, 신규 수칙 추가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국립암센터는 향후 1년간 기존 연구결과 검토, 다양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수칙 개정안을 확정하고 국가암관리위원회 승인을 거쳐 내년에 공표할 예정이다. 다만 식이 관련 암예방 수칙 개정의 경우 식품업계 반발이나 피해가 예상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암센터는 국민 건강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고 업계의 이해와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연구결과와 관련 근거들을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실천율 높이는 게 관건
암예방 수칙 개정과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실천 노력이다. 암센터에 따르면 2007년 53%에 그쳤던 암예방 수칙 인지도는 최근인 2023년 80.3%로 크게 올랐다. 반면 실천율은 45.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암예방 수칙은 대부분 식습관 개선, 신체활동 증가, 금연·절주 등 생활방식의 지속적 전환을 요구하는데 이런 변화는 단기간에 실천이 어렵고 사회·환경적 제약 속에서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의 실천율은 43.1%로 여성(48.9%)보다 낮았다. 남성은 건강에 대한 위기의식이 상대적으로 낮고 예방적 조치에 대한 실천 동기가 약한 경향이 있다. 김 부장은 “암예방 수칙 실천율은 지난 16년간 최저 37.9%(2010년)에서 최고 50.8%(2018년)로 변화했으나 그 이후 감소 추세”라면서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장벽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암예방 수칙 실천율을 높이려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상자별 특성과 생활습관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개인별 실천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디지털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해 접근성을 높이고 지속적이고 선별적인 홍보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실천 사례 공유, 인센티브 제공, 지역암센터 연계 프로그램 등 실천을 유도하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책적, 재정적 지원과 전문가 협력이 따라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