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며칠 뒤 20년 전 함께 교회를 개척했던 세 부부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지금은 모두 목회자와 사모가 되어 있었다. 감격스러웠다.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고 목회하면서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를 서로 간증하며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앉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한 분이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새 대통령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두 쪽 난 진영의 평가를 근거로 자기주장들이 테이블 위를 오갔다. 오랜만에 만난 목회자들의 대화가 정치 토론이 되어버렸다. 정치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목회적 고민이었다면 나름 유익했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헤어지고 한동안 마음이 씁쓸했다. 신학적 성찰이 부족한 정치 과잉의 대화였다.
그리스도인에게 정치의 근본은 나와 세상의 죄와 싸우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일상의 삶으로 살아내는 영적 싸움에 있다. 남 이야기만 한다면 핵심을 놓친 것이다. 남 비판하기 좋아하던 내가 내 허물을 먼저 바라보아야 영적 정치적 진보를 이뤄낼 수 있다. 위기 상황이 일단락됐으니 지금부터는 남보다 나를 변화시키는 ‘진짜 정치’에 집중하면 좋겠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