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FOMC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

입력 2025-06-10 00:32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하 및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의 가장 큰 화두였지만 지금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이슈에서의 소외(?)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여전히 전년 대비 2.8%를 기록,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이런 물가 부담을 근거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역시 크게 낮아졌는데, 2025년 중 네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들은 현재 두 차례 인하 정도로 눈높이를 낮춘 상태며, 이달 중순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그 눈높이가 더욱 낮아질 가능성 역시 열려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이렇게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전히 2.0%를 넘어서는 소비자물가지수가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실제 미국의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지난해 9월 연준은 성장 둔화 우려를 반영,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5%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최근 미국의 민간 고용에서 경기 둔화에 대한 이상 징후가 관찰되는 점을 감안하면 2%를 넘어서는 물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역시 커질 수 있지만 이번만큼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3월 FOMC에선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일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효과는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관세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에 관세 범위와 관세율 모두에서 예상을 뛰어넘었던 점을 반영, 지난달 FOMC에서는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일부 연준 위원은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경고했는데, 현재 미국의 물가 수준은 2021년 3월 연준의 목표치를 넘어선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4년 이상 인플레이션을 겪으면 경제 주체들에게 물가 상승은 당연한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강화될 수 있다. 마치 30년 동안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일본 사람에게 디플레이션 심리가 뿌리깊게 자리했던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강화되면 인플레이션 고착화가 현실화되는데, 이 경우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관세와 같이 물가를 자극하는 이슈가 부각됐을 때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물가 상승에 대한 민감도는 훨씬 강해질 수 있다.

이에 연준 위원 중 물가 경계감이 높은 매파는 관세로 인한 물가 부담이 높은 만큼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소 완화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비둘기파는 관세가 현행 기본 관세 수준에 머무르게 되는 경우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조건부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 나타났을 때 적극적인, 그리고 선제적인 금리 인하에 나섰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 사이에 미국 경제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성장 둔화기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같은 경기 부양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발목을 잡힌 연준은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향후 행보에 대한 힌트를 이달 중순 FOMC에서 엿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잠시 주요 이슈에서 멀어졌음에도 연준의 행보에 여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