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커지면서 “전문가에 자금 맡기자”… 돌아온 ‘스타 매니저’ 시대

입력 2025-06-10 00:09

2010년대 인기를 끌었던 ‘스타 펀드매니저’를 다시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형태의 펀드보다 전문가의 적극적인 운용이 이뤄지는 액티브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스타 매니저가 종목을 선별해 수익을 잘 내는 운용역이었다면 지금은 특정 테마에서 구체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수익을 내는 운용역을 뜻한다.

8일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 달 새 온라인 주식 종목토론방에선 펀드매니저 개인에 관한 언급이 늘고 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금을 전문가에게 맡기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투자자와 소통하며 얼굴을 알리는 펀드매니저들이 늘어난 것도 스타 매니저 현상의 재현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 매니저들은 특정한 테마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펀드를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운용업계에서 전기차 분야 대표 매니저로 불리는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부 수석이 대표적이다. 황 수석은 8년 넘게 전기차, 자율주행 펀드를 운용하며 ‘팬덤’을 구축했다. 그가 운용 중인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는 지난달 15일 기준 순 자산이 약 1조2750억원을 넘어서며 공모펀드 수준으로 성장했다. 황 수석은 “2017년 펀드를 설계할 당시 특정 테마에 집중된 펀드를 설정하는 것은 이례적이었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상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에는 ‘중국통’으로 불리는 김강일 글로벌주식실장이 있다. 그는 중국 유학 1세대로 고교를 중국에서 다녔고, 홍콩에서 펀드매니저로 6년간 근무했다. 미국 유학 출신은 많아도 중국 유학 혹은 근무 경험이 있는 매니저는 흔치 않은 터라 자신의 장점을 살려 관련 펀드를 장기 운용하며 투자자 신뢰를 쌓았다.

김 실장은 펀드매니저를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고객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보고 그것을 상품에 반영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산업 전망과 현지인들의 소비 추세 등을 파악하면서 더욱 구체적인 상품을 설계하는 데 힘을 쏟는 것도 그 때문이다. ‘KB통중국4차산업펀드’ ‘미중 AI테크 목표전환 펀드’ 등이 그러한 과정을 거쳐 출시된 상품들이다.

두 사람은 개인들의 투자 형태가 더 다양해지고 상품 종류가 많아지더라도 펀드 매니저의 역할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투자 원칙과 철학, 성과가 뚜렷한 펀드매니저라면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