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일 대통령실 민정수석에 오광수 변호사, 정무수석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홍보소통수석에 이규연 전 JTBC 고문을 각각 임명한 것을 두고 각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은 인사를 중심으로 ‘실력주의’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특히 ‘특수통’ 검사 출신인 오 신임 수석 발탁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일부 비토론이 나오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에게 직접 인선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오 수석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18기) 동기다. 대검 중수부 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청주지검장, 대구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 비리 사건, 한보그룹 분식회계, 삼성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비리 사건 수사에 투입된 바 있다.
여권에서는 이 때문에 오 수석 임명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근무 인연까지 있는 오 수석이 이재명정부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 실현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 수석이 이런 기류를 뚫고 임명된 데에는 과거 이력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전날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오 수석 인선 이유를 직접 설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이 대통령과 오 수석 임명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며 “이분이 ‘처음엔 잘 모르고 반대했는데, 좋은 평가를 듣고 난 후 이 대통령과 얘기를 잘 나눴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보수 인사라도 내가 쓰면 내 사람’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라며 “오 수석 인사엔 실력을 가장 우선해서 보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브리핑에서 “사법개혁은 법으로 하는 것이며, 오 수석의 사법개혁 의지 역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 수석이 최종 임명된 이후에는 여권 내부 기류도 긍정적인 쪽으로 선회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에 임명했다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며 “검찰을 잘 알아야 검찰개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신임 수석은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회장을 지냈다. 이한열 열사 장례 때 민주국민장 집행위원장도 맡았다. 1998년 국민회의 고건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 부대변인으로 본격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4선 의원을 지내며 민주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최고위원을 두루 거쳤다. 야권 의원들과의 소통에도 능해 이재명정부의 통합적 국정 운영에 안성맞춤이란 평가를 받는다. 정무수석은 비서실장보다 직급이 낮지만, 우 수석은 강 비서실장의 정치 선배이기도 하다. 강 비서실장은 “여야를 초월한 소통은 물론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규연 수석은 서울 출신으로 1988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중앙일보 논설위원, JTBC 보도국장·탐사기획국장·보도담당 대표를 거치며 30년 이상 취재 현장에 몸담았다. 대선 기간에는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사회통합전략분과장과 선대위 공보특보를 맡았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