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유통업계 곳곳에서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 정부의 골목상권·소상공인 보호 기조엔 동의하지만, 기업 운영 관련 부작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소비 심리가 안정되면서 내수 경제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대통령은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입점 업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 자영업자의 숨통을 트여주고, 이중가격제 문제도 함께 없애겠다는 취지다. 배달 플랫폼들은 이미 상생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만큼 중개수수료를 더 내리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수수료가 더 낮아진다면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배달비를 올리거나 프로모션 운영 정책을 바꾸는 등 풍선효과가 일어나 소비자나 점주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고 본다.
대형마트도 정부 정책과 여권의 입법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에 대해 매달 공휴일 중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한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평일에도 휴업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한 상황이다. 마트노조를 중심으로 일요일 의무휴업을 법제화해달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대형마트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규제 강화로 산업 위축이 가속하면 더이상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휴업이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는 게 아닐뿐더러 소비자 불편만 커진다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은 이커머스업계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미국계 쿠팡이 압도적으로 시장을 이끌고 중국계 알리가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만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시장 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정확한 매출액 확인이 어려운 해외 기업보다 국내 기업에 대한 제재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 당선 후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유통업계에 긍정적인 요소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8로 4월(93.8)보다 8.0% 포인트 상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 여러 업종에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 흐름에 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