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블루보틀, ‘폐점’ 팀홀튼… 맥 못 추는 글로벌 브랜드

입력 2025-06-09 00:51
캐나다 최대 커피 체인 팀홀튼의 할인 프로모션 안내(왼쪽)와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블루보틀 로고. 각 사 제공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이 ‘커피 강국’ 한국 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치열한 경쟁에 높은 고정비, 현지화 부족까지 겹치면서 국내 안착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스타벅스·저가 커피·개인 카페로 3분화된 시장 구조 속 틈새를 파고들려는 외국계 브랜드들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 대표 브랜드 팀홀튼은 지난해 4월 개점한 인천 청라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한국 진출 이후 첫 직영점 폐점 사례다. 불과 1년 만에 폐점을 결정하며 ‘팀홀튼 한국 철수설’까지 불거졌다. 팀홀튼은 이달부터 시그니처 메뉴인 ‘오리지널 아이스캡’ 가격을 60% 낮추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할인 정책만으로는 입지를 다지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잖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던 블루보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9년 한국에 상륙한 블루보틀은 서울 성수동 등 주요 상권에 매장을 잇따라 열었다. 그러나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확보에 제동이 걸렸다. 매출은 3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나 당기순손실이 11억원에 달했다.

블루보틀은 최근 배달의민족에 이어 쿠팡이츠에도 입점하며 주문 후 15~20분 내 도착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핸드드립만을 고수하던 ‘슬로우 커피’에서 ‘속도전’으로 전략을 바꾼 셈이다. 국내 시장 적응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외국계 브랜드들의 고전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일본 토종 브랜드 도토루는 서울우유, GS리테일 등과 손잡고 커피 음료를 선보였지만 저조한 반응에 철수했다. 미국의 털리스(TULLY’S) 커피도 2000년대 초 국내 진출 2년 만에 시장을 떠났다.

스타벅스는 이례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일찍이 사이렌오더, 자체 앱 기반 주문 시스템 등 한국식 편의 서비스를 적극 도입했다. 최근에는 키오스크까지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시즌 한정 메뉴, 굿즈 증정 행사 등 한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현지화 콘텐츠로 충성 고객층을 공고히 하며 경쟁력을 다졌다.

저가 커피 시장의 팽창도 외국 브랜드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등 1000~2000원대 가성비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 기업과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동네 소규모 카페까지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 수는 9만5337개로 지난해 동기 대비 743개 줄었다. 커피전문점 감소세는 201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국내 브랜드와 저가 커피 전문점 사이에서 글로벌 브랜드가 명확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만 동시에 빠른 트렌드 반응과 유연한 기획이 요구된다”며 “글로벌 브랜드들이 현지 전략 없이 본사 방식만 고수할 경우 생존이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