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 운영위 1400명 한자리에… 복음 사명 되새겨

입력 2025-06-10 03:08
지난 6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극동방송 전국운영위원회 수련회’에 참석한 1400여명의 운영위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극동방송 제공

“안녕하세요. 우리 전남 광양시 옥곡면 배양마을에도 아름다운 교회가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

1980년 스무 살 청년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극동방송에 한 통의 편지를 띄웠다. 교회 하나 없는 고향 마을에도 복음이 전해지길 바라는, 순수하고 절실한 기도 편지였다. 사연을 접한 극동방송 라디오는 따뜻한 음성으로 응답했다. “정현석 형제의 기도제목을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청년은 45년 후인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2025년 전국운영위원회 수련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순천광양지부 운영위원이기도 한 그는 광주 화백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정(63) 장로는 “라디오를 통해 사연이 전파를 탄 지 두 달쯤 지나 여의도순복음중앙교회 집사님이 9700만원을 들고 와 땅을 사주셨다”며 “그 헌신이 마중물이 돼 주변 지역 목사님들이 교회를 세워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때 세워진 교회는 지금까지도 마을 중심에 아름답게 서 있다고 서 장로는 고백했다.

“당시 받았던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며 17년째 극동방송 운영위원으로 복음 사역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전도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이지만, 라디오를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청년 시절 제가 그랬듯 지금도 누군가가 라디오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전국의 운영위원들은 정 장로처럼 각자 삶의 간증을 품고 극동방송 복음 사역에 동참해왔다. 극동방송 운영위원회는 1980년 9월 32명의 후원자로부터 시작됐다. 헌금만으로 운영되던 극동방송의 어려움을 듣고 기업인 전문인뿐 아니라 일반 성도와 집사 권사 장로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자발적으로 힘을 모았다.

극동방송은 전국 13개 지사를 세울 때마다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기도와 재정으로 복음 사역을 함께해왔다. 위원들은 가정 단위로 참여하는 가운데 그들의 헌신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중앙사(서울 평택안성 수원 용인 인천) 500여 가정을 포함해 전국 2000여 가정이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국 운영위원 1400명 한자리에

올해 수련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1400여명의 운영위원들이 복음의 사명을 되새기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는 “오늘의 극동방송은 운영위원 한 분 한 분의 기도와 헌신 덕분”이라며 “복음 방송의 사명을 흔들림 없이 감당할 수 있었던 것도 여러분의 동역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귀한 사역에 늘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이번 수련회가 위로와 회복 그리고 새 힘을 얻는 은혜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초청돼 ‘온기 용기 동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195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그는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서울은행에 텔러(창구 전담 직원)로 입행해 그룹의 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고졸 신화’로 잘 알려진 함 회장은 지난 3월 회장직에 연임됐다.

함 회장은 “항상 ‘네가 손해 보고 네가 밑져라’고 말씀해주시던 어머니의 격려와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내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어머니의 기도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마태복음 23장 12절 말씀을 붙들고 늘 나를 먼저 낮추어 조직을 섬기려 했다. 기독교의 본질인 ‘사랑’의 정신을 경영에도 적용해 직원과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대하려 애썼다”면서 “이 모든 여정 가운데 하나님께서 친히 동행해 주셨고 결국 오늘의 자리까지 인도해 주셨다”고 말했다.

기도회는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류응렬 목사가 인도했다. 류 목사는 사무엘상 7장 3절부터 11절 말씀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다.

운영위원들은 복음 전파의 파수꾼이자 극동방송 사역의 든든한 동역자로서 이 시대 하나님께서 세우신 사명을 다시금 되새기며 한마음으로 뜨겁게 기도했다.

캄보디아에 전달된 1만 달러의 기적

수련회에서는 캄보디아 극동방송 설립자이자 전 지사장인 사무언 인탈(66)과 그의 남편 로블레이도 인탈이 초청됐다. 인탈 전 지사장은 17살 때 크메르루주 정권(1975~1979) 아래 자행된 대규모 학살인 ‘킬링필드’로 가족 18명을 잃고 필리핀으로 피신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극동방송을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믿음을 갖게 됐고 이후 극동방송 직원으로 17년간 사역했다. 그러던 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고국 캄보디아로 1993년 돌아와 극동방송을 설립했다.

인탈 전 지사장은 “캄보디아 극동방송을 세운 이유는 무너져가는 사회와 깨어진 가정들이 복음으로 회복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며 “캄보디아는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해 방송 사역을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날 김장환 목사는 현장에서 즉석 헌금을 제안했고 운영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1만 달러(1360만원)가 모여 사무언 전 지사장에게 전달됐다. 인탈 전 지사장은 눈물을 흘리며 “한국 성도들의 따뜻한 사랑에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며 “이 헌신에 힘입어 캄보디아 복음 방송 사역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극동방송 맹주완 사장은 “매년 수련회를 통해 운영위원들이 방송 선교에 대한 헌신을 새롭게 다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더 깊어진다”며 “여러분의 기도와 동역에 힘입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주=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