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예금 금리에 개인들의 투자 자금이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은행 예금 금리가 약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3년여 만에 최대치로 불어났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0조188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6월 2일 61조6321억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에 예치해둔 돈으로, 주식 매매를 위한 대기자금 성격이 크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도 증가 추세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4일 기준 18조5144억원으로 일주일 만에 3505억원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주가 상승 기대가 클 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금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으로 국내 주요 주가지수가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자 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50∼2.85%로 약 한 달 만에 상단은 0.25%포인트, 하단은 0.08%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4일에는 5대 은행의 같은 상품 최고 금리가 연 2.58∼3.10%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KB스타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현재 2.55%로 2022년 6월 이후 가장 낮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예금 기본금리는 당분간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더 하락하기 전 예금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많지만 금융권은 곧 예금을 깨거나 만기된 예금을 옮기는 식으로 뭉칫돈이 이탈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시장은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1~2회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지난달까지는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미리 예금에 가입해두려는 이들이 많았다”며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에 빠른 시간 안에 예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40조8675억원으로 한 달 새 18조3953억원 증가했다. 한 달 기준 증가 폭으로는 지난해 2월(23조6316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