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의 연골은 사람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관절 구조 중 가장 핵심적인 부위다. 연골은 뼈와 뼈 사이에서 마찰을 줄여주고 충격을 흡수하며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연골이 무너지면 관절 전체가 무너지고 그 순간부터 움직임은 통증으로 변한다.
얼마 전 병원에 온 60대 여성 환자는 무릎 관절염 통증 때문에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웠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무릎 때문에 삶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씀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 환자처럼 많은 이들이 연골 손상으로 고통받지만 연골이 왜 이렇게 쉽게 손상되고 회복이 어려운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적잖다.
연골의 손상과 회복을 이해하려면 연골 조직의 구조와 생물학적 특성부터 짚어야 한다. 연골에는 혈관이 없다. 이 단순한 사실이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이유다. 혈관이 없다는 건 산소나 영양분이 혈류를 통해 직접 공급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손상된 조직에도 면역세포나 재생 관련 인자들이 빠르게 도달하지 못한다. 연골은 외부 손상이나 미세한 마모가 누적될 때 이를 고치는 내부 장치가 사실상 부재한 셈이다. 한 번 닳기 시작한 연골은 저절로 회복되지 않기에 결국 지속적인 손상과 통증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연골세포는 매우 느리게 증식하고, 성인이 되면 그 수도 급격히 줄어든다. 특히 관절 하중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부위에선 퇴행 속도가 더 빠르다. 무릎 고관절 발목 어깨처럼 자주 쓰이는 관절일수록 연골 손상이 먼저 진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연골 손상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을까. 줄기세포, 특히 중간엽 줄기세포(MSC)는 뼈 연골 지방 근육 등으로 분화할 수 있는 다분화능을 가진 세포다. 이 세포가 연골 재생에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연골세포로 직접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둘째는 손상된 조직에 도달해 주변 환경을 조절하고 염증을 억제하며 주변 세포의 회복을 돕는 ‘지지적 역할’이다. 연골 조직에 주입된 줄기세포는 직접 연골세포로 분화해 손상 부위를 메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이들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각종 성장인자와 면역조절 물질이다. 대표적으로 TGF-β, IGF-1, FGF-2 등이 있다. 이 인자들은 연골세포의 생존과 증식을 촉진하고 손상된 세포의 사멸을 막으며 연골 외기질(Extracellular Matrix)의 합성을 돕는다.
줄기세포는 국소 염증 반응도 억제한다. 퇴행성 관절염에서 문제 되는 건 연골 마모 과정에서 분비되는 염증 매개물질이다. 염증은 주변 연골세포의 기능을 약화하고 재생을 방해하며 통증을 유발한다. 줄기세포는 이러한 염증 반응을 조절해 연골이 회복할 수 있는 생물학적 환경을 마련해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줄기세포를 주입한 부위에서 형성되는 연골이 기존의 초자연골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는 것이다. 천공술이나 일반적 재생 기술에서 생성되는 섬유연골은 탄성이나 압력 저항성이 낮아 실제 관절의 기능을 완전히 회복시키기는 어렵다. 줄기세포를 활용한 경우엔 그 질적 수준이 훨씬 높아진다. MRI나 조직검사로 이 차이를 확인한 연구도 꾸준히 발표 중이다.
줄기세포가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 어느 정도의 손상까지 효과를 보이는지, 장기적으로 이식된 세포들이 관절 내에서 얼마나 유지되고 기능하는지에 관한 연구는 더 필요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줄기세포가 회복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연골 조직에서 회복의 문을 열어간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몸에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이미 심어 놓았다. 우리는 이를 발견하고 활용할 뿐이다. 줄기세포에도 하나님의 놀라운 지혜와 설계가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다.
줄기세포는 이제 하나의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선택지를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할지를 판단하는 기술과 전략이 함께 발전할 때, 우리는 관절염에 있어 ‘통증 조절’이 아닌 ‘기능 복구’라는 본래 치료 목표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창우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