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vs 한화’ 내부 특명… 트럼프를 모셔라

입력 2025-06-09 00:11 수정 2025-06-09 00:11

한·미 조선산업 협력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조선·방산 ‘투톱’ HD현대와 한화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선소 방문을 두고 양사 신경전은 벌써부터 치열하다. 정상회의 일정상 트럼프 대통령이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와 거제 한화오션 사업장을 모두 방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방한이 현실화할 시 방문이 이뤄진 조선소는 한국 조선업을 대표하는 곳으로 인식될 공산이 크다. 해외 수주전에서 강력한 홍보 수단을 얻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8일 “아직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면서도 “실무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전 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도 치열한 홍보전이 벌어졌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약 30분의 시차를 두고 차례로 전시장을 찾아 국내외 군 및 방산업체 관계자와 해외 정부 대표단을 대상으로 직접 자사 솔루션의 강점을 소개했다. 양대 조선·방산업계 그룹의 수장이 경쟁적으로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다. 이는 미국 등 각국 관계자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자국 조선 산업을 다시 일으킬 최적의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미 해군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 첫 번째 ‘격전지’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해군 함정 윌리 쉬라, 유콘 MRO 계약을 체결했다. 윌리 쉬라는 지난 3월 정비를 마쳐 미 해군에 인도했고, 유콘의 경우 거제에서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MRO 사업에 뛰어든 HD현대중공업은 MADEX에서 미 함정 MRO 사업 수주 의지를 강조했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미국도 HD현대중공업에 MRO를 맡기고 싶어한다”며 “MRO 가능 단지를 확대해 미국이 원하는 모든 지역에서 가능하도록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 해군 함정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있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있는 조선소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게 된다.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방한 기간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해 협력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