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버스 달리는 제주… ‘일시적 RE100’ 달성했다

입력 2025-06-09 02:02
지난 4일 제주도 조천읍 수소 충전소에 수소 버스가 충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제주도 조천읍 함덕리에 마련된 ‘그린수소 충전소’는 제주의 첫 그린수소 충전 시설이다. 2023년 5월 완공된 뒤 월 평균 620여대 차량에 그린수소 5.5t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9대였던 도내 수소버스는 현재 19대로 늘었다.

그린수소는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를 말한다. 이를 이용하는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충전시간이 짧고 주행거리는 길다. 계절에 관계없이 성능도 일정하다. 그린수소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핵심 기술로 꼽히지만 안전성 우려가 늘 따라다녔다.

고윤성 제주도청 미래성장과장은 8일 “기회가 될 때마다 주민들을 만나고 현장을 함께 살펴봤다”며 “이제는 주민들이 먼저 그린수소 사업이 잘 되고 있는지 물으며 지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충전소에서 일하는 주민 정승락씨는 “‘제 집도 주위에 있는데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겠느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제 대부분 안전 시설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도 구좌읍에 있는 그린수소 생산기지의 모습.

지난 4일 찾아간 함덕 충전소에는 운행을 마친 버스 두 대가 충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장에 수소 탱크를 탑재하고 있어 차량 높이가 높을 뿐 일반 버스와 다르지 않은 외관이었다. 버스에 충전기를 꽂고 수소를 공급하자 케이블에 하얀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영하 40도의 수소가 들어가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린수소 버스 한 대를 충전하는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짧은 충전에도 최대 600㎞를 거뜬히 달린다.

이 같은 제주의 사례는 새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를 내걸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35년 탄소중립을 내세우고 있는 제주도는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9.96%를 기록했다. 지난 4월 14일에는 4시간 동안 ‘RE100’도 달성했다. RE100이란 재생에너지로 전력의 100%를 충당한다는 의미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국제 사회 캠페인이다.

제주는 날씨에 따라 에너지 생산이 출렁이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린수소에 주력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의 잉여 전력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면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수소를 필요할 때마다 이용할 수 있다.

수소트램 등 그린수소 생태계를 확장해 2035년에는 그린수소를 연간 6만t이상 생산하고,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만으로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탄소중립 섬’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기저전원(전력 수요가 최소일때도 항상 가동되는 발전소)을 그린수소 기반으로 전환하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