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떠나 홀로서기 다음, 옛 영광 되찾을까

입력 2025-06-09 00:11 수정 2025-06-09 00:11

카카오에서 분사된 인터넷 포털 다음이 신설 법인 운영에 필요한 기존 인력을 상당 부분 수급하며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하는 모양새다. 네이버·구글 등 업계 유력 경쟁자에 크게 밀리는 상황에서 다음이 시도하는 리브랜딩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8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에서 다음 사내독립법인(CIC) 업무를 담당하던 핵심 임직원 대부분이 새로 분사된 다음 법인에 합류하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당장 업무를 시작해도 될 정도의 인원이 인사이동을 택했다”며 “신생 법인에 합류하지 않은 일부 인원 자리에 대한 채용을 마치면 법인 출범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구성원들이 카카오 잔류가 아닌 다음 법인으로의 이동을 택하며 카카오 내부에서 빚어졌던 초기 노사갈등은 우선 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당초 카카오가 다음을 분사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노동조합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카카오가 분사를 명분으로 수익성이 나쁜 다음을 떼어내 매각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신생 다음 법인으로 소속이 바뀌면 고용 안정성도 함께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매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원한다면 다음 담당하는 모든 직원이 100% 카카오에 잔류하도록 보장하겠다” 등 파격적인 인사 방침을 강조하며 일부 수그러들었다.

노사 갈등을 딛고 출범한 신생 법인이 앞으로 직면한 문제는 생존이다. 우선 독립 이전과 크게 바뀐 게 없는 절망적인 검색점유율이 문제다. 트래픽 조사업체 인터넷트렌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다음의 검색점유율은 2.91%에 불과하다. 네이버(62.49%)와 구글(31.75%)이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다음의 존재감이 희미한 상황이다. 서비스 특수성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은 포털 특성상 이미 고착화된 네이버·구글 사용층을 다음으로 어떻게 끌어올지가 최대 관건이다.

다음은 챗봇·숏폼 등 신기능을 도입해 새로운 시장 수요층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는 10년 넘게 사용해온 기존 로고를 검은색으로 바꾸고 큐레이션 챗봇·뉴스 요약 기능을 삽입하는 등 재단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숏폼 서비스를 ‘루프’로 리브랜딩하고 웹드라마를 제작해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새 법인 대표에 내정된 양주일 카카오 콘텐츠 CIC 대표는 “포털 다음의 재도약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