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골절 땐 재발률 5배인데… ‘골형성치료제’ 제때 못쓴다?

입력 2025-06-10 00:06
게티이미지뱅크

골다공증 환자 재골절 예방 위해
골형성치료제 초기사용 필요하지만
골흡수억제제 효과 없을 경우에만
골형성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비효율 기준 바꿔 초고령사회 대비를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년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흔히 암, 치매, 심혈관질환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또 하나가 골다공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골다공증 진료 환자는 2023년 기준 127만여명에 달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 여성의 60~70%가 골다공증을 겪고 있다. 골다공증에 걸리면 뼈가 잘 부러지기 때문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골대사학회 2022년 자료 분석에 의하면 50세 이상에서 ‘골다공증 골절’을 경험하는 사람은 연간 40만명으로 파악됐다.

50세 이상 연 40만명 ‘골다공증 골절’

골대사학회 백기현 이사장은 최근 춘계학술대회 정책 간담회에서 “매년 서울 서초구, 경북 구미시 인구 정도가 골다공증 골절을 경험하는 셈”이라며 “척추, 고관절(엉덩이) 등의 골절은 치매 만큼 신체적, 정신적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한번 골절을 경험하면 1~2년 안에 추가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첫 골절 이후 1년 내 재골절 확률은 5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또 2개 이상 다발성 골절을 겪은 환자는 2년 안에 추가 골절 발생 확률이 17.3%로 1개 골절만 가진 사람(10.4%)보다 높았다. 학회가 발간한 2019년 팩트시트를 보면 골다공증 골절 경험 후 재골절 발생은 만 4년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재골절은 척추, 손목, 고관절, 위팔 순으로 많았다. 백 이사장은 “연간 골절 경험자 40만명의 3분의 1 정도가 1~2년 내 재발 가능성이 큰 초고위험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골절 환자는 골다공증이 있으나 골절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보다 1인당 의료 비용이 80% 증가하는 거로 분석됐다(2011년 기준). 또 직접 의료비는 물론 간병비, 조기 사망에 따른 소득 손실액 등을 반영한 사회적 비용이 1조166억원에 달했다(2008~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 노인 인구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골절 환자의 재골절 위험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골다공증 골절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골다공증 환자의 삶의 질 유지와 비용 감소를 위해선 골절 위험군의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다수의 최신 가이드라인과 전문가들은 특히 골절 초고위험군에게 ‘골형성 치료제’의 초기(1차 치료제) 사용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골대사학회는 지난해 진료지침에서 ‘12개월 내 골절 취약, 2개 이상 다발 골절, 골밀도 점수(T 스코어) -3.0 미만’ 등을 초고위험군의 지표로 제시했다. 골형성 치료제는 뼈를 만드는 골모세포를 자극해 뼈 형성을 촉진하고 골밀도를 빠르게 높이는 약물로, 테리파라타이드와 로모소주맙 등이 나와 있다.

국내외 지침과 동떨어진 ‘건보 기준’

문제는 국내 골형성 촉진제의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국내외 지침이나 권고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뼈를 분해, 흡수하는 파골세포에 작용해 뼈 흡수를 억제하는 ‘골흡수 억제제(비스포스포네이트 등)’를 먼저 사용하고 효과가 없을 때, 즉 실패했을 시에만 골형성 촉진제의 건보가 적용된다. 대상 또한 65세 이상(로모소주맙의 경우 65세 이상 폐경 여성), T점수 -2.5 이하, 골다공증 골절 2개 이상 발생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로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내분비학회 등 국제 가이드라인은 ‘최근 1~2년 이내 골절, 다발 골절, T점수 -3.0 이하’ 중 하나를 충족할 경우 골절 초위험군으로 간주한다. 이와 비교해 국내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돼 골형성 치료제 사용에 제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 공현식 정형외과 교수는 9일 “국내외 지침은 모두 골절 위험이 매우 크고 임박한 경우 골밀도 강화 약을 1차 치료제로 권장하고 있다. 이는 골절 시기가 2년 이내든 이상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흡수 억제제인 알렌드로네이트의 경우 치료를 통해 대퇴골 T점수가 -3.0에서 -2.5에 도달할 확률은 10% 미만이지만 로모소주맙이나 테리파라타이드 등 골형성 촉진제 투여 시 T점수를 동일 수준으로 끌어올릴 확률은 60% 이상으로 약 6배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이런 이유로 호주는 지난해 11월 골형성 치료제를 1차 약으로 급여 인정했으며 영국 일본 등에서도 우선 사용되는 상황이다.

골형성 치료제를 먼저 투여하고 골흡수 억제제 사용 시 골절 예방 효과가 더 높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해외 연구에서 골형성 촉진제인 로모소주맙→골흡수억제제인 알렌드로네이트 순서로 사용할 경우 12개월 내 골절 위험은 2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골형성 치료제 테리파라타이드→골흡수 억제제 리즈드로네이트 순서로 치료 시 1년 내 48%, 2년 내 56% 골절 감소 효과가 입증됐다.

공 교수는 “골밀도가 낮은 환자일수록 초기부터 골형성 치료제처럼 보다 강력한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골절 예방에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면서 “하지만 국내 건보 기준은 골흡수 억제제를 우선해 치료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지 않고 있으며 비용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전향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경북대병원 백승훈 정형외과 교수는 “전례 없는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골형성 치료제의 선(先)사용을 통해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