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머스크와 관계 끝났다”… 보수대연합 붕괴의 전조

입력 2025-06-08 18: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국으로 끝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관계를 회복할 뜻이 전혀 없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한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지만, 트럼프는 머스크를 향해 ‘매우 심각한 대가’까지 거론하며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날 NBC 인터뷰에서 자신의 감세 공약 법안에 반대하는 머스크가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을 낙선시키기 위해 민주당 후보들을 후원할 경우 “매우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머스크와 화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고, 관계가 끝났느냐는 물음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그가 매우 무례했고 그것은 나쁜 일”이라며 “대통령직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스페이스X’ 등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연방정부와 맺은 계약을 철회할지에 대해선 “나는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의 로켓·우주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 등 정부 기관들이 트럼프와 머스크의 충돌을 계기로 스페이스X의 대안을 찾아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하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머스크는 트럼프 취임 이후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하지만 머스크가 DOGE에서 물러난 뒤 트럼프는 머스크의 최측근인 재러드 아이작먼의 NASA 국장 지명을 철회했다. 머스크는 이 일에 엄청난 굴욕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이후 감세 법안을 두고 “역겹다”고 비난했고, 트럼프를 탄핵해야 한다는 글에 “예스”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머스크의 ‘폭주’가 마약 복용 때문이 아닌지 측근들에게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둘의 관계가 요란한 파국을 맞은 것이 트럼프 2기를 만든 포퓰리즘 보수 연합의 붕괴 전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인 노동계층과 공화당원 등 전통적 지지층에 더해 반(反)진보 좌파 성향의 유색인종까지 포괄했던 트럼프 지지 연대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세력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미 트럼프 연합이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머스크와의 갈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초만 해도 트럼프는 이민자 추방 등 보수적 의제를 내세우면서 보수 진영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지난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했던 젊은층과 비백인 유권자들의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법원 무시, 대학과의 전쟁, 국가 부채를 둘러싼 논쟁 등은 보수 성향 엘리트의 지지도 흔들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6일 엑스에서 “중도층 80%를 대변할 새로운 당이 필요하다”며 제3지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공화당은 머스크가 워싱턴에서의 권력 유지를 위해 자금을 지원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그는 그들의 공개적인 적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공화당 의원들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을 두고 “부모의 이혼을 겪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소리를 그만 질렀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