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첫 해외 투자 법인을 설립한다. 유망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투자처로 발굴하고,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AI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지난 5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에서 ‘네이버의 다음 장을 향한 도전’이라는 주제로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행사에는 실리콘밸리의 주요 창업가와 개발자, 투자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네이버는 이 자리에서 신규 해외 투자 법인 ‘네이버 벤처스’의 설립을 공식화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행사에서 “AI는 저희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훌륭한 분들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있는 힘을 다해, 또 살아남기 위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 의장은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에 맞서서 살아남는 게 너무 어렵다는 것을 25년간 체험했다”며 강대국과 한국의 AI 기술 경쟁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했다. 이어 “거대언어모델(LLM)과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의 버티컬(특정 분야 특화) 모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의장은 네이버가 상거래 데이터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네이버는 미국에서 포시마크, 유럽의 왈라팝 등 세계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을 연달아 인수한 바 있다. 그는 “외부에서 ‘왜 중고 시장에 난데없이 투자했을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상거래 데이터를 위한 것”이라며 “그쪽이 저희 사업의 중요한 방향 중 하나”고 말했다.
네이버 벤처스는 이달 중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북미 지역 사업을 맡은 김남선 네이버 전략투자부문 대표가 법인을 이끈다. 김 대표는 지난 2022년 포시마크 인수를 주도한 경력이 있다. 네이버 벤처스의 첫 투자처는 영상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다. 2021년 설립된 트웰브랩스는 영상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는 업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