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애플… 미국 내부서도 “공격적 관세 실익 적다”

입력 2025-06-09 00:15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예고한 스마트폰 관세 정책으로 애플과 삼성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공격적 관세의 실익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세 압박으로 제조사들이 최종 조립지를 옮겨도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적고,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첨단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면 일괄 관세 외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초래할 불확실성으로 광범위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4일(현지시간) 올해 스마트폰 시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기존 1.7%에서 정체로 낮춰 전망했으며 애플의 성장률은 4%에서 2.5%로 하향했다. 특히 북미 시장은 전 세계 주요 지역 중 유일하게 역성장하는 시장이 될 전망이다.


관세 갈등은 애플이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중국의 규제 당국인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아이폰 출시 승인을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에 대한 보복 조치로 승인이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현지에서도 무리한 관세 정책의 실익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이달 애플의 공급망 변화 과정을 추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집필에는 ‘칩 워’의 저자로 알려진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가 참여했다.

보고서는 우선 애플이 관세 부담을 피해 최종 조립라인을 중국 밖으로 옮기더라도 전체 공급망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한 대를 최종 조립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가가치는 10달러 수준에 그치며 이는 “판매 가격에 비하면 극히 일부”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애플은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휴대폰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첨단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받는 반도체 중 중국 업체가 생산한 비중은 4%에 그쳤으며, 배터리의 비중국 공장 생산 비중은 2018년 20%에서 2023년 40%로 늘어났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가 보다 세밀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조립 장소만을 기준으로 기기를 분석하고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애플에 첨단부품을 공급하는 대만·한국·미국 기업의 중국 내 생산 기지 이전 유도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