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공식품 무더기 인상… 새 정부, 물가 관리에 빈틈없어야

입력 2025-06-09 01:10 수정 2025-06-09 01:10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71.2%인 52개 품목의 가격이 계엄 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보다 올랐다. 계엄부터 탄핵, 대선에 이르는 정국 혼란 시기를 틈타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해야 할 식품업계의 공동체 의식이 아쉽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국정의 최우선 민생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가격이 5% 이상 오른 품목은 19개에 달한다. 초콜릿은 10.4%, 커피는 8.2%나 뛰었고, 양념소스·식초·젓갈은 7%, 빵·잼·햄·베이컨도 6% 넘게 상승했다. 고추장·생수·아이스크림·유산균·냉동식품·어묵·라면 등도 5% 안팎으로 올랐다.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도 50개에 이르며,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의 전년 동월비 상승률은 4.1%로 지난해 11월(1.3%)의 세 배가 넘는다. 장을 보러 간 소비자들이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며 한숨을 쉬는 현실이다.

그동안 정부의 물가 대책에 협조하며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던 식품기업들이 국정 공백기를 틈타 일제히 가격을 올린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라면·생수·커피 등 생필품 가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과거에도 국제 곡물가나 환율 급등 등으로 가격이 오른 경우가 있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인상은 이례적이다.

재료값이 오를 때는 앞다퉈 인상하면서도, 하락기에는 가격을 내리는 행태 역시 반복되고 있다. 기업들은 불필요한 가격 인상이 있었다면 재조정하고, 앞으로는 가격 결정 과정에 신중하고 투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재명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치솟은 먹거리 물가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식탁 물가는 민심을 가늠하는 척도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 민생 과제로 꼽았다. 국민 체감 물가는 통계보다 훨씬 높다. 정부는 식품업계의 무분별한 가격 인상을 자제시키는 동시에, 수입 원재료 가격 안정을 위한 수입선 다변화와 수입 확대에도 나서야 한다. 서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