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座)’는 온라인에서 주로 쓰이는데 한 분야에서 일가견 있는 인물을 가리킨다. 음식을 적게 먹으면 ‘소식좌’, 많이 먹으면 ‘대식좌’로 부르는 식이다. ‘본래 자리’ 의미의 본좌(本座)를 줄인 것으로 대개 추켜세우는 용도로 쓰지만 조롱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지난달 21일 일본의 농림수산성 수장으로 임명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한국에서도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한국 네티즌에게는 ‘펀쿨섹좌’로 통하는데 그가 2019년 9월 환경상일 때 미국 뉴욕의 행사에서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 한마디 한 것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같은 스케일이 큰 문제를 다루려면) 즐거워야 하고, 멋져야 하고, 섹시해야 한다(it's got to be fun, it's got to be cool. It's got to be sexy too)”는 그의 말이 알려진 이후 우리나라에서 그는 펀(fun), 쿨(cool), 섹시(sexy)의 첫 글자를 딴 ‘펀쿨섹좌’로 불리게 됐다. 추켜세우는 용도라기보다는 놀림에 가깝다. 그는 원래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많이 했고, 일본 언론 등에선 의도를 알 수 없는 그의 말을 ‘고이즈미 포엠(poem·시)’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는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둘째 아들이자 집권 자민당 소속 6선 중의원 의원이며 농림수산상은 그의 3번째 장관직이다. 쌀값 폭등 진정이라는 특명을 받은 그는 농림수산상 임명과 동시에 “시세 절반으로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선언하고 비축미 방출 방식을 수의계약 형태로 변경했다. 일본에서 40년 이상 계속된 쌀 생산량 감산 정책의 전환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동안과 달리 직설적이고 명확한 표현으로 여론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가 쌀값 안정화에 성공하고 자민당이 다가오는 도쿄도의회 선거와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그가 차기 총리가 될 수도 있다. 그때쯤이면 펀쿨섹좌나 고이즈미 포엠이라는 비아냥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