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한국전 영웅들이 존경 받을 수 있게 도울 것”

입력 2025-06-09 03:03 수정 2025-06-09 15:15
최근 방한한 이응철 장로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한국 복무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짓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응철(63) 미국 러브조이피스교회 장로는 “6·25전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그는 ‘미국 한국전 참전용사회(KWVA)’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지원을 총괄하고 있다.

미국 50개주에 흩어진 참전용사와 가족을 위한 실질적 지원과 명예 회복을 돕는 게 그의 주요 업무다. 이 장로는 “참전용사 대부분이 90세를 넘긴 고령”이라며 “그들이 삶의 마지막까지 한국의 감사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걸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장로 가족의 삶 역시 전쟁의 아픔과 맞닿아 있다. 아버지는 6·25전쟁은 물론이고 베트남전쟁까지 참전했는데 베트남에서 전투 중 팔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치료를 받기 위해 고민하던 중 미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어머니도 육군 작전 장교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 참전한 참전용사다. 지난 3월 모친이 95세로 별세해 현재 현충원 안장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두 분 모두 평생 군인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나라를 지킨다는 게 얼마나 큰 자랑인지 어렸을 때부터 듣고 보며 자랐죠. 부모님의 영향으로 저 역시 자연스럽게 군인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이 장로는 미 육군 정보보안사령부 예하 501정보여단에서 복무하며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군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비가 있었다. 2021년 심장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술 후유증으로 신경계가 마비되면서 1년간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는데 하나님은 기적적으로 그를 회복시켜 주셨다. 그는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라며 “남은 인생을 미군 참전용사들과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을 돕는 데 바치는 이유”라고 전했다.

돕는 삶을 살기 위해 이 장로가 몸담은 KWVA는 분기마다 ‘그레이 비어즈(Grey Beards)’라는 잡지를 발간해 미 전역에 있는 참전용사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다. 과거엔 매달 발간했지만 재정난으로 현재는 1년에 네 차례만 펴낸다. 이마저도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고령인 참전용사들은 이 잡지를 읽는 게 삶의 낙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잡지가 끊기면 삶의 의미마저 잃는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실 정도입니다. 이들은 한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피 흘린 영웅들인데도 한국사회의 기억과 지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이들의 명예를 보장해주는 것이 후손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장로는 “미국인 참전용사 가운데 여전히 아리랑을 들으면 눈물 흘리는 분이 많다”며 “이분들이 마지막까지 자랑스럽게 살 수 있도록 한국사회와 교회가 관심과 지원을 이어가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