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충일 꺼낸 통합 의지, 탕평 인사로 구현을

입력 2025-06-07 01:10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공동체를 강조했다.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으며, “국난 앞에서 나보다 우리가 먼저였던 저력”이 미래를 열어가는 힘이라고 했다.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 합당한 보상으로 돌아오는 나라”가 되도록 보훈의 격을 높이고, 군인 경찰 등 제복 입은 시민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은 “순국선열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통합을 이루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추념사 의미를 설명했다. 보수층이 중시하는 안보와 보훈, 제복의 가치를 역설하며 공동체를 강조한 것은 진보-보수로 갈라졌던 탄핵과 선거 과정의 분열을 해소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사용한 ‘제복 입은 민주 시민’이란 표현에는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상징하는 어휘가 나란히 들어 있었다.

통합과 실용을 외친 취임사에 이어 거듭 나온 국민통합 메시지는 이제 차근차근 국정에 구현돼야 한다. 한창 진행 중인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선부터 통합 기조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 첫 인사안을 발표하며 능력을 보고 택했음을 강조했다. 그 능력을 더 넓은 범위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진영의 경계를 초월한 인사만큼 통합 의지를 강하게 발신할 조치는 없다. 특히 경제 분야는 계파와 이념을 넘어선 인사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김대중정부 전례처럼 철저히 실력과 전문성을 따져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하며, 이는 새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의 가치와도 직결된다. 조각이 완료됐을 때 탕평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면 ‘통합 정부’ 기치는 한층 공고해질 것이다.

문재인정부도 ‘모두의 대통령’을 선언한 취임사와 함께 출범했다. 그 약속이 실현되지 못한 배경에는 정권 초 밀어붙인 적폐청산 작업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여당이 세 특검법을 통과시켜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펼쳐지게 된 특검 정국은 8년 전 적폐청산을 연상케 한다. 검사 120명을 차출해 진행될 수사는 이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정치 보복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통합 정부 구현의 첫 난관이 될 것이다. 특검 임명부터 정치색을 배제하고, ‘수사의 정치화’로 인식될 여지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국정의 모든 영역이 그렇듯, 국민 통합을 이뤄갈 동력도 정권 초인 지금이 가장 크다. 구시대적 진영 논리와 대결 정치가 그 힘을 갉아먹지 않도록 여당도 야당 시절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