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동지에서 적으로’… 트럼프 vs 머스크

입력 2025-06-07 00:40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배신과 갈등은 현실에서나 작품 세계에서나 흥미로운 주제다. 사람들이 ‘영원한 우정’이란 선한 이상보다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본능에 더 눈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원전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친구이자 가족 같던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할 때 외쳤다는 “브루투스, 너 마저” 류의 상황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화제의 중심에 선다.

육사 동기이자 쿠데타 동지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5공 청산’ 과정에서 원수가 됐다. 전두환은 “(탄압할 바엔) 암살범 보내 날 죽여라”고 격노할 정도였다. 민주화운동 30년 동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1990년대 이후 적대 관계로 변했다. 요즘 시끄러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70여년 전 기업을 세운 두 창업자(장병희, 최기호) 후손 간 불화에 기인한다.

오랜 인연도 이 정도인데 정략적 관계의 결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필리핀 대통령(마르코스 주니어)과 부통령(사라 두테르테)이 양 가문의 권력 분할 약속으로 3년 전 공동 정권을 만들었다. 지금은 부통령 아버지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구속 등으로 정적 관계로 돌변했다. 한국의 90년대 3당 합당, DJP(김대중·김종필)연대의 끝도 좋지 못했다.

대선과 취임 초 죽고 못 살 것 같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이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감세 법안에 대한 의견차 때문이라 한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감세안이 “낭비로 가득 찬 혐오스러운 것”이라 비난했고 트럼프는 “머스크가 미쳤다”고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탄핵 주장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불과 일주일 전 백악관에서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고별 선물로 황금열쇠를 준 관계가 맞나 싶다. 문제는 세계 최강국 지도자와 세계 최고 부자 간 ‘개싸움’이 재밌는 구경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루 만에 14%나 급락한 테슬라 주식을 본 서학개미의 가슴은 숯덩이다. 타국 지도자들도 트럼프 심기를 신경쓰게 된다. 여러모로 여기서 멈췄으면 한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