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사태를 부른 ‘농심라면’(사진), 팬카페까지 만들어진 ‘B29’. 한때 단종됐던 인기 제품들이 잇따라 돌아오며 유통가에 ‘재출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추억 속 맛을 다시 찾는 소비자들 덕에 한정 복각이 오히려 마케팅 무기가 되는 시대다.
농심이 올해 재출시 열풍에 가장 먼저 불을 지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문구로 기억되는 1975년생 ‘농심라면’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재출시된 후 불과 3개월 만에 판매 1000만 봉지를 돌파했다. 일부 대형마트에선 품절 현상까지 빚어졌다.
소비자들의 단체 행동이 재출시를 이끌기도 한다. 1991년 단종된 카레맛 과자 ‘B29’는 이후 네티즌들이 ‘B29 재생산을 바라는 카페’까지 만들며 집단적으로 재출시를 요구했던 사례로 유명하다. 이에 2009년 한 차례 부활했지만 3년 만에 단종됐고, 올해 창립 60주년을 계기로 복귀했다.
패스트푸드 업계도 ‘추억 소환’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롯데GRS는 소비자 설문에서 무려 90%가 재출시를 원했던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를 다시 선보였다. 버거킹은 ‘통모짜와퍼’를 2019년, 2024년과 올해 총 세 차례 반복 출시하며 팬층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19년엔 출시 3주 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단종이 오히려 브랜드 충성도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스타벅스는 소셜미디어 인증 열풍을 타고 ‘자몽 망고 코코 프라푸치노(자망코)’를 재출시했다. 롯데웰푸드는 1990년대 인기 제품 ‘치토스 체스터쿵’을 30년 만에, 오리온은 ‘포카칩 스윗치즈맛’을 8년 만에 부활시켰다. 오리온에 따르면 이 제품은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 재출시 요청이 가장 많았던 스낵 상품이다.
편의점도 이 흐름에 탑승했다. GS25는 2010년대 초반 ‘가성비 도시락’으로 인기를 끌었던 ‘혜자 도시락 등심돈까스’를 11년 만에 재출시해 도시락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스파게티, 닭강정 등 기존 반찬에 미트볼, 계란말이, 볶음김치 등 구성을 추가해 2025년 버전으로 업데이트했다.
‘재출시 마케팅’이 단순한 복고를 넘어, 불황 속 소비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형성하는 안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출시는 실패 확률이 낮고, 반응은 빠르다. MZ세대는 신기함에, 중장년층은 추억에 반응한다”며 “브랜드 입장에선 여러 세대를 한 번에 겨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