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으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 대북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사진)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7년8개월이 확정됐다. 대북송금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등의 목적이었다는 점이 대법원에서 인정됐다. 다만 법원은 이 전 부지사 사건에서 이 대통령의 공모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8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억5000만원 벌금과 추징금 3억2595만원도 함께 확정됐다.
이 전 부지사는 2018~2022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을 제공받고,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 2억5900만원 뇌물과 3억3400만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2022년 10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후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 방북비(3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대납하도록 한 혐의로 2023년 3월 이 전 부지사를 추가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선 1·2·3심 모두 북한으로 간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스마트팜 164만 달러+방북비 230만 달러)를 불법 송금으로 인정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구체적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1심 판결문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전 부지사)에게 스마트팜 비용을 대신 내는 것을 경기지사(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고 물었을 때, 피고인이 ‘당연히 그쪽에 말씀드렸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반복 진술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다만 실제 보고 여부에 대해선 “본 사건과 무관해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2심과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이 대통령도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6월 별도로 기소돼 수원지법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전 부지사 사건과 사실관계가 겹치지만 이 전 부지사가 실제 대북송금을 보고했는지는 이 대통령 재판에서 따져봐야 하는 쟁점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 소설”이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보고 사실을 인정했던 이 전 부지사도 2023년부터 진술을 뒤집고 이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검사실 연어회 술파티’ 등 의혹을 제기했지만 2심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는 대선 전인 지난달 27일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다음 달 22일 2차 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준비기일은 피고인 참석 의무는 없다. 재판 속행 여부는 각 사건 재판부 판단에 달려 있고, 재판부가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근거로 재판을 중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