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물러났지만… 국힘 ‘김용태 비대위’ 놓고 험악

입력 2025-06-05 18:32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 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이병주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넘어 지난 윤석열정부 3년의 실패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총체적 심판을 받았다”며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김용태 비대위’ 체제 존속 여부를 두고는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선 패배 책임론과 차기 당권을 두고 당 내홍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보수의 재건을 위해 백지에서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 저부터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선 패배는 단순히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심판에 그치지 않는다”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분열에 대한 뼈아픈 질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라의 명운이 걸린 선거에서조차 뒷짐을 지는 행태, 분열의 행보를 보인 부분, 내부 권력투쟁을 위해 국민의힘을 음해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논리를 칼처럼 휘두르고 오히려 그들의 칭찬을 훈장처럼 여기는 자해적인 정치 행태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당원과 국민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로서 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변명할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가 자진사퇴한 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선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비대위원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임기가 오는 30일까지라는 점을 밝히며 거취를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의표명한 적 없다. 거취 관련해 의원들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 처절하게 반성하겠다고 말씀드린 부분이 중단 없이 이어져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의총에서는 김 비대위원장이 정해진 임기까지는 당의 수습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과 대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며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은 “지도부 총사퇴가 가장 깔끔한 모습”이라며 “하루빨리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한두 달 안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 존속 여부는 차기 당권과도 연결되는 문제로 향후 내부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이 이달 말까지 임기를 지킬 경우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계 간 전선은 원내대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대선의 주요 패인을 두고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계파 갈등으로 인한 당내 분열로 진단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대선 패장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민의힘 재편 과정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장관은 전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낙선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당의 반성과 쇄신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대선 캠프 해단식에서 “지금은 자리다툼을 할 때가 아니다. 국가의 위기, 국민적 위기 앞에서 우리가 할 얘기가 있고 아닌 게 있다”며 “저는 당대표에 아무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정우진 성윤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