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일격 맞은 푸틴, 보복 다짐… 멀어지는 휴전

입력 2025-06-05 18:47 수정 2025-06-06 00:11
미국 막사테크놀로지스가 4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벨라야 공군기지를 촬영해 공개한 위성사진에서 Tu-95 전략폭격기 3대가 파괴돼 있다. 러시아 공군은 주기장에 흰색 비행기 형상(사진 윗부분)을 미끼용으로 그려넣어 위장했지만, 우크라이나 드론은 지난 1일 저공비행을 통해 실제 전폭기들을 식별하고 타격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본토 깊숙한 곳을 타격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작전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고 그와 통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에서 더 멀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1시간15분 동안 통화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내 항공기 공격과 양측에서 진행 중인 여러 교전에 대해 논의했다”며 “좋은 대화였지만 즉각적인 평화로 이어질 내용은 아니었다. 푸틴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러시아 영내로 밀반입한 드론 117대로 공군기지 4곳을 공격해 전략폭격기 41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은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기발하고 대담한 작전으로 평가받았다. 같은 날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와 쿠르스크에선 교량 폭발과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사망했는데, 푸틴은 이 사건의 배후도 우크라이나로 지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으로 내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은 4일 정부 회의에서 교량·열차 사고를 언급하며 “키이우 정권은 테러 조직으로 타락했다”며 “테러 준비에 활용될 ‘적대행위 중단’을 그들에게 보상처럼 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푸틴이 전면적인 휴전안을 배제하겠다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일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두 차례 평화협상을 진행했지만 휴전 기간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적인 30일 휴전’을 요구한 반면 러시아는 전사자 시신 수습을 위한 2~3일간의 일시적 휴전을 제안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푸틴을 압박하던 트럼프의 태도도 달라졌다. 지난달 25일 러시아가 키이우 등을 공격해 최소 12명이 사망하자 “완전히 미쳤다”고 푸틴을 비난했던 트럼프의 어조는 4일 통화에선 온건하게 바뀌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에 대해 “(우크라이나 드론의) 비행장 공격을 놓고 매우 길게 대화했다. 트럼프도 우리의 평가를 청취한 것이 유용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접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거리를 두는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위해 조달했던 지상 기반 로켓용 퓨즈 등 드론 격추용 장비를 중동의 미 공군부대로 재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 TO·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불참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출범한 UDCG 회의에 미 국방장관이 불참한 건 3년 만에 처음이다.

김철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