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순자산 200조 돌파… 이재명정부 출범 후 더 몰렸다

입력 2025-06-06 00:15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총액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2002년 도입 이후 23년 만이다.

한국거래소는 5일 ETF 순자산총액이 전날 기준 201조284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 197조원을 넘어선 뒤 한동안 190조원 후반대를 벗어나지 못하다 대선 결과가 확정되자 200조원 선을 돌파했다.


최근의 증가세에는 새 정부 영향이 컸다. 투자자들 자금이 이재명정부의 정책 수혜를 볼 수 있는 ETF로 몰리면서 순자산 증액을 이끌었다. 코스콤에 따르면 전날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지주회사 ETF’였다. 하루에만 14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ETF는 국내에 상장된 유일한 지주회사 ETF다. 새 정부에서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 지주회사들의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단순화 등으로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증시 강세를 예상한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 ‘KODEX 코스닥150’ 등도 사들이고 있다.

ETF 시장의 성장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ETF 시장은 2002년 10월 코스피200 지수를 따르는 4개 상품이 출시되면서 본격화했다. 2023년 6월에 순자산이 100조원을 넘어서기까지 21년 걸렸지만, 최근 2년 만에 규모가 두 배로 뛰었다. 현재 984개인 상장 종목은 올해 안에 1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앞으로 ETF 시장은 퇴직연금과 같은 장기 자금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국민의 안정적인 자산 증식수단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증시가 지난해에 각국 증시 가운데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이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은 12월 결산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지난해 결산 현금배당(주식·현금 동시배당 포함)이 2023년보다 9.6% 증가한 32조2946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배당을 시행한 회사는 1190곳으로 전년보다 4곳 늘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에 9.6% 하락했지만,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회사들의 배당금 지급액은 30조21억원으로 9.2% 증가했다. 코스닥에서도 지수는 21.7% 내렸지만, 배당금은 2조2925억원으로 15.1% 늘었다. 주주들에게 가장 많이 배당한 기업은 코스피 상장기업인 기아(2조5589억원)였다. 코스닥에서는 에이치피에스피(482억원)였다.

배당금을 받은 주주를 유형별로 나누면 국내 법인이 전년 대비 2조855억원(18.4%) 증가한 13조4121억원을 받아 전체 배당금의 41.6%를 차지했다. 이어 외국인이 9조7951억원(30.3%), 국내 개인은 9조874억원(28.1%)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