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정쟁성 특검이라며 반대했지만 여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세 특검법은 이전에도 민주당이 일방 처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하지만 정권을 잡자마자 수사 내용을 더 강화하고, 범여권 위주의 특검 추천 권한 등 독소조항도 남긴 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그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오찬을 함께하면서 모처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기대됐지만 또다시 민주당의 힘자랑으로 단 하루 만에 대치 정국이 된 것이다.
제1야당과 합의 없이 처리된 점은 유감스럽지만 특검 내용에 대해선 찬성하는 국민이 적지 않고, 또 규명해야 할 의혹들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내란 특검법은 12·3 계엄의 전말을 규명하자는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재판 중이지만 내란 방조와 관련한 새 사실이 나오고 있고, 이전의 검찰 수사도 미진했다는 비판도 있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여사 특검법은 명품 가방 수수와 ‘건진법사’와 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다룬다. 이 역시 윤석열정부 검찰이 대통령 부인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고 건진법사 관련 새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채해병 사건도 ‘VIP 격노설’ 등 수사 외압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세 특검이 한꺼번에 도입되는 데 따른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세 특검에 검사만 최대 120명이 차출될 경우 일선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210명)의 절반을 넘고 웬만한 지방검찰청 규모를 웃도는 규모다. 수사 내용이 정쟁의 불쏘시개가 되는 등 정국의 블랙홀이 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수사 범위가 방대하고 전 정권이나 야당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자칫 정치보복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명태균씨 의혹 수사는 야당 탄압용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우려들을 해소하려면 특검은 꼭 규명이 필요한 사안에 한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검사·수사관 파견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나 야당 탄압 수사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아주 공정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이미 과거 정권에서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의 무차별적인 보복 수사로 나라가 두 동강 나는 것을 여러 차례 봐 왔다. 이번 특검은 진실은 규명하되, 매우 절제된 수사로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