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대 특검, 신속하고 절제된 수사로 정치 보복 논란 없어야

입력 2025-06-06 01:30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전 정권 주요 인사들을 겨냥한 ‘3대 특검법’(내란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채상병 특검)의 국회 본회의 상정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정쟁성 특검이라며 반대했지만 여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세 특검법은 이전에도 민주당이 일방 처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하지만 정권을 잡자마자 수사 내용을 더 강화하고, 범여권 위주의 특검 추천 권한 등 독소조항도 남긴 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그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오찬을 함께하면서 모처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기대됐지만 또다시 민주당의 힘자랑으로 단 하루 만에 대치 정국이 된 것이다.

제1야당과 합의 없이 처리된 점은 유감스럽지만 특검 내용에 대해선 찬성하는 국민이 적지 않고, 또 규명해야 할 의혹들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내란 특검법은 12·3 계엄의 전말을 규명하자는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재판 중이지만 내란 방조와 관련한 새 사실이 나오고 있고, 이전의 검찰 수사도 미진했다는 비판도 있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여사 특검법은 명품 가방 수수와 ‘건진법사’와 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다룬다. 이 역시 윤석열정부 검찰이 대통령 부인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고 건진법사 관련 새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채해병 사건도 ‘VIP 격노설’ 등 수사 외압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세 특검이 한꺼번에 도입되는 데 따른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세 특검에 검사만 최대 120명이 차출될 경우 일선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210명)의 절반을 넘고 웬만한 지방검찰청 규모를 웃도는 규모다. 수사 내용이 정쟁의 불쏘시개가 되는 등 정국의 블랙홀이 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수사 범위가 방대하고 전 정권이나 야당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자칫 정치보복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명태균씨 의혹 수사는 야당 탄압용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우려들을 해소하려면 특검은 꼭 규명이 필요한 사안에 한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검사·수사관 파견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나 야당 탄압 수사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아주 공정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이미 과거 정권에서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의 무차별적인 보복 수사로 나라가 두 동강 나는 것을 여러 차례 봐 왔다. 이번 특검은 진실은 규명하되, 매우 절제된 수사로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