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코 원전 최종 계약… 새 정부도 K원전 이끌길

입력 2025-06-06 01:10
두코바니 원전. EPA연합뉴스

우리나라가 26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최종 계약에 마침내 성공했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의 해외 수출이자 글로벌 원전 시장의 중심인 유럽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불과 한 달 전 법원 가처분 결정에 최종 계약 서명이 중단된 점을 고려하면 빠른 시일 내에 난관을 극복했다. K원전에 대한 체코 정부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체코 법원이 입찰에서 탈락한 프랑스 측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건 한국과 체코 간 계약 체결일 전날인 지난달 6일이었다. 하지만 체코 정부는 법원 결정과 상관없이 한국과의 계약을 승인했고 항고심에 빠른 판단을 촉구했다. 법원이 지난 4일 가처분 신청을 취소하자마자 한국수력원자력과 전자서명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체코 총선(10월) 이후로 계약이 밀릴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시종일관 한국 원전의 기술력을 인정해준 덕분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원전붐이 일고 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네 배로 늘리기로 했다. 스웨덴도 원전 4기를 건설키로 하는 등 유럽 국가들도 속속 동참 중이다. 모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AI) 시대 대비 차원이다. 원전 강국인 중국·러시아는 미국, 유럽과의 관계 악화로 수주길이 막혀 있다. 체코에 이은 K원전의 저력을 발휘할 더할 나위없는 기회다.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에 비중을 뒀을 뿐 원전 부분은 다소 모호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계승을 요구하는 일부 지지층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AI 3대 강국을 외치면서 원전을 도외시할 순 없다. 원전 경쟁력은 이념이 아닌 국가 경제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이 대통령이 원전 생태계 활성화와 K원전 수출을 이끈다면 그 자체로 실용적 시장주의를 실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