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진료 중심 단기봉사 아닌 전문적으로 접근해야

입력 2025-06-06 03:04
심재두 한국누가회 이사장이 5일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한국의료선교사대회에서 한국 의료선교의 과제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한국 의료선교계가 동원에서 형성으로, 1차 진료에서 전문기술 전수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5~7일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열리는 제19차 한국의료선교대회(대회장 박준범 선교사)와 그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의료선교사대회(대회장 주누가 선교사)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올해 의료선교대회는 ‘회복과 소망(Restoration&Hope)’을 주제로 열렸다. 참가자 1000여명 중 200여명은 의료계 진출을 앞둔 학생이었고 중장년 의료인도 다수 참석했다. 2박3일간 저녁 집회와 주제별 패널토의, 직능별 소그룹 네트워킹, 선택 강의 등의 순서가 진행된다. 4~5일 열린 선교사대회에는 16개국에서 사역 중인 52명의 의료선교사가 모였다. 의사, 간호사, 약사, 보건 전문가 등 다양한 직군의 의료선교사들은 본대회 기간 멘토로 참여해 참가자들과 소그룹 모임과 일대일 만남을 가진다.

5일 국민일보와 만난 박준범 선교사는 이번 대회의 핵심 키워드로 ‘멘토링’을 꼽았다. 그는 “선교사는 비행기만 탄다고 되는 존재가 아니다”며 “삶과 신앙과 직업이 하나로 연결되는 긴 여정 속에서 멘토링이 중요한 통로가 된다”고 말했다.

박 선교사는 “과거에는 선교를 비전을 받으면 바로 떠나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했다”며 “이제는 청년과 학생들이 선교사의 삶과 고민을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설계하게 하는 보다 차분한 흐름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대회 준비위원장인 김병선 전주 예수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의료선교의 특성상 참가자 대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서 단순한 동기부여보다는 깊이 있는 멘토링과 전략적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고 거들었다. 그는 “선교지마다 필요한 의료 분야가 다르고 선교사들의 요청도 다양해서 전문 인력과 선교 현장을 어떻게 잘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의료선교의 방법론에서도 전환점을 제시한다. 심재두 한국누가회 이사장은 “전임 사역자 감소와 전략 부재, 학문적 고립 등 의료선교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기초진료 중심의 단기 봉사가 아니라 전문기술 전수와 의학교육, 현지인 제자화 중심의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범 선교사도 “전 세계적으로 의료 수준이 올라가면서 예전처럼 작은 보건소에서 진료하는 수준의 1차 의료 선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한국의 임플란트나 안과 기술처럼 세계적 수준의 의료 역량을 가진 이들이 선교 현장에 필요한 시대”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의료선교대회 첫날 저녁 집회에서는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가 ‘의료선교, 그 건강한 자리매김’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는 “치유와 회복은 성경적으로도 구원의 일부”라며 “의료선교는 복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님의 구원 사역”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