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강조하면서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뜻을 철저히 받들겠다는 국정 철학을 밝혔다.
우리 사회는 지난해 12월 3일 초유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험난했던 정치적 격랑을 헤쳐나왔다. 산적한 과제를 떠안고 출범한 정부를 향한 기대도 그만큼 크다. 이번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목회자들도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새 대통령에게 조언과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사무엘하 9장에 등장하는 다윗 왕과 므비보셋의 만남을 언급했다. 왕이 된 다윗은 절친한 벗이었던 요나단과의 약속을 기억했다. 요나단은 다윗을 죽이려던 사울 왕의 아들로 다윗의 목숨을 지켜준 인물이기도 하다. 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서로의 자손을 지켜주기로 맹세했었다.
다윗이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을 찾은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므비보셋을 예루살렘으로 부른 다윗은 사울이 갖고 있던 모든 땅을 돌려준 뒤 자신의 식탁에서 항상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감격한 므비보셋은 자신을 ‘죽은 개 같은 존재’라 표현하며 몸을 낮췄다.
김 목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보복의 고리를 끊고 은혜와 은총의 순환이 일어나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면서 “감동은 예측을 벗어나는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으로 우리나라에도 그런 감동의 순간이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라는 시편 127편 1절 말씀을 대통령에게 권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을 두루 역임한 교계 원로인 박 목사는 이 말씀을 통해 새 대통령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지도자’가 되기를 소망했다.
대혼란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에는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부터 외교,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 회복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목회자들은 새 대통령이 성경 속 지혜를 따라 신실한 지도자가 되기를 당부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 속에 담긴 성경구절도 긴 세월이 지났지만 적지 않은 감동을 준다. 노예제 폐지에 앞장섰던 미국, 영국의 정치인이 꼽았던 성구가 대표적이다.
“또 만일 나라가 스스로 분쟁하면 그 나라가 설 수 없고 만일 집이 스스로 분쟁하면 그 집이 설 수 없고”(막 3:24~25)라는 성구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1858년 6월 16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일리노이주 의사당에서 열린 공화당 대회에서 상원의원 후보로 지명된 뒤 했던 ‘분열된 집(House Divided)’ 연설에 인용됐다.
링컨은 노예제를 두고 갈라진 미국 사회를 보며 “분열된 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성경을 인용했던 링컨의 메시지는 오래도록 어두웠던 시대를 비춘 등대로 기억된다. 갈라질 대로 갈라진 지금의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애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 6:8)는 말씀은 영국의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에겐 정치적 나침반과도 같았다. 노예제를 폐지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던 윌버포스도 말씀에 담긴 ‘정의’ ‘인애’ ‘겸손’을 푯대로 삼았다.
인권변호사 시절 이 대통령은 성남시립병원 설립 과정에서 수배를 당하자 성남 주민교회 기도실로 몸을 숨겼다. 이곳에서 정치를 하기로 결심한 이 대통령은 대선 하루 전인 지난 2일 이 교회를 찾아 “초심을 지키며 국민과 함께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경의 지혜를 따라 모두가 함께 웃는 나라를 세워가길 바란다.
장창일 종교부 차장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