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끄루(선생님)!”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차량으로 7시간 넘게 떨어진 북부 국경 마을 안롱벵. 짠니응(38)씨의 자녀 엘리야(8)와 마리나(6)가 기아대책 황반석 선교사 품에 와락 안겼다. 황 선교사와 아이들 뒤편엔 적벽돌 위에 나무 막대기를 세워 올린 희한한 건물 뼈대가 우뚝 솟아 있었다. 지난달 1일부터 짠니응씨 가족들이 마당 위에 손으로 조금씩 지어 올리고 있는 예배당이다.
건물을 지을 정도로 짠니응씨 교회가 성장할 줄은 황 선교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간판은커녕 작은 현판조차 없는 이 교회 이름은 진리의길교회. 안롱벵에선 황 선교사가 개척한 새소망교회만 예배당을 갖춘 상황이었는데 지역 내 새로운 성전이 세워질 예정이다.
짠니응씨는 황 선교사를 2018년 처음 만났다. 아내와 가정예배만 드리다가 15㎞ 떨어진 곳에 한국인 선교사가 세운 교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새소망교회에 다닐 땐 한 NGO에서 퇴사한 뒤 집 대문 옆에 구멍가게를 열고 과자와 식자재를 팔았다. 새소망교회에선 주일마다 기타를 연주했다.
진리의길교회는 2023년 10월 개척됐다. 지난 2일 기아대책(회장 최창남) 캄보디아 회복캠페인 일정 중 만난 짠니응씨는 “안롱벵 지역에서 교회는 새소망교회가 유일한데 우리 집 주변 아이들이 걸어가기엔 너무 멀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예배드릴 교회를 우리 손으로 세우고 싶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도하고, 헌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리의길교회 예배 장소는 짠니응씨 집 마당에 깔린 흙바닥이다. 맨땅에 파란색 비닐을 깔고 예배를 드리지만 출석 인원은 적지 않았다. 개척과 함께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아이들 40명이 모였다.
목회를 제대로 해보겠다며 지난해 6월 구멍가게 문까지 닫자 주변 지인들은 짠니응씨를 다들 말렸다고 한다. “장사 관두면 뭐 먹고 살려고 하냐” “주일날 노래 부르고 춤만 추면 처자식은 어떡하냐” “일을 하면서 목회하면 되지 왜 교회에 올인하냐”는 반응이었다. 짠니응씨는 “전에 몸담았던 NGO에서도 복직 요청이 있었다”면서도 “목회를 다짐했으면 전념하는 게 옳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주변의 우려대로 짠니응씨의 수입은 적은 편이다. 교회가 어른 30명, 아이들은 100명까지 모이는 곳으로 성장했으나 매주 주일마다 걷히는 헌금은 2~3달러 정도다. 짠니응씨는 “안롱벵 주민 절반 정도는 카사바 캐슈너트 코코넛 벼 농장에서 일당을 받으며 일한다”며 “일이 없어 그냥 쉬는 분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 뒤에는 동역하는 교회가 있다. 새소망교회가 지난해 5월부터 매달 50달러씩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안롱벵 현지인들 생활비의 3분의 1 정도 되는 금액이다. 황 선교사는 “건축에 쓸 수 있는 벽돌이 새소망교회에 남아 있고 현지인 교회를 세우기 위해 개인적으로 모금한 헌금도 있지만 이걸 짠니응에게 알리진 않았다”며 “빠르고 쉽게 교회를 세워가기보다 직접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짠니응과 진리의길교회에 더 유익할 거라 봤다”고 밝혔다.
황 선교사는 “짠니응이 교회를 세우기 위해 발버둥 치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할 때마다 이 결정이 옳았다는 확신을 얻는다”고 했다. 짠니응씨에 대해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이 가득한 청년”이라며 “가난한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말했다. 황 선교사는 짠니응씨가 현지 온라인 목회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짠니응씨는 “하나님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 잘 가르치는 목회자가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주변 3개 마을에 복음을 전했는데, 교회를 다 지을 때까지 주변 11개 마을 주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롱벵(캄보디아)=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