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였던 박진수(48) 청량교회 목사는 호주에서 사업가로 활동하는 등 사회생활 경험이 풍부하다.
연세대 세라믹공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을 한 뒤 삼성물산 해외 영업 부문에서 일하던 박 목사는 호주에 이민을 가 가족 비즈니스였던 부동산 개발 사업을 6년 동안 했다. 신학의 길을 걷게 된 건 당시 시드니새순교회 담임이던 이규현 부산 수영로교회 목사를 만나면서였다. 이 교회 집사였던 박 목사는 이 목사를 통해 소명을 확인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수영로교회에서 전도사부터 부목사까지 11년간 사역했는데 청년부와 목회 비서, 교구 사역을 하며 목회를 배웠다.
청량교회에 부임한 건 2023년 12월 28일이었다. 이듬해 6월 말 위임을 받은 박 목사는 담임목회가 된 지 이제 1년이 되는 셈이다. 송준인 원로목사와 6개월 동안 동사 목회 기간을 거치고 정식 담임 목회자가 된 박 목사는 전통적인 교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박 목사가 생각하는 목회가 궁금했다. 최근 만난 그는 “송준인 원로목사님도 ‘예수님처럼’이라는 표어 아래 일생 목회를 하셨는데 저도 그렇다”면서 “목회의 핵심은 예수님을 알고 사랑하며 예수님처럼 섬기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청량교회 담임목사로 지원할 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예수님을 더욱더 알고 사랑하며 그분처럼 섬기는 공동체를 세우겠다’고 했는데 하루하루 이걸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목회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70년 전통 위에 선 박 목사는 “나의 목회보다 전통 위에 서서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트는 통로의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그렇게 부흥의 길을 열어 가겠다”고 밝혔다.
박 목사가 ‘은혜의 70년을 지나 부흥의 70년을 향하고 싶다’고 말하는 건 전통과 변화의 조화를 의미한다. 올해 교회 표어도 ‘새 힘으로 비상하라’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목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교회는 지난 1월부터 ‘읽고 곱씹고 기도하자’는 목회 캠페인을 시작했다. 읽는 건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성경 전체를 읽도록 안내하는 프로그램인 ‘리딩 지저스’를 활용하고 있다. 주 6일 동안 매일 정해진 성경을 읽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교회학교 학생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전 교인이 참여하는 성경 통독 프로그램이다.
말씀을 곱씹기 위해 선택한 건 ‘매일 성경’을 활용한 큐티(QT)다. 큐티 교재를 가지고 새벽기도회를 진행한다. 매일 새벽 5시 30분에 교회에 모이는 교인들은 영적 양식을 공급받고 이를 묵상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기도를 위해서는 ’153 공동체 기도’를 제작했다. ‘청량교회 예배와 사역, 공동체’ ‘교회의 모든 목사와 제직’ ‘교구·목장·공동체·새가족’ ‘다음세대와 청년’ ‘가정과 환우’ ‘나라·선교·열방’을 주제로 매일 10개의 기도 제목이 제공되는데 이를 통해 모든 교인이 한목소리로 기도의 제단을 쌓고 있다.
공동체의 영적 역동성을 위해 예배 형식에도 변화를 줬다. 입례종을 세 차례 친 뒤 시작하던 전통적인 장로교 예배 형식에서 벗어나 경배와 찬양으로 예배를 시작한다. 첫 시도라 1부만 바꾸려 했지만, 당회에서 전체 예배를 다 바꿔보자고 역제안했다고 한다. 주일 오후 예배도 찬양 예배로 전환하면서 주일엔 종일 뜨거운 찬양이 가득해졌다.
예배 때는 매 주일 다른 주제로 ‘공동체 합심 기도’도 진행한다. 최근 있었던 스승의 주일 때 신명기 6장의 ‘쉐마’를 통해 다음세대 스승인 장년이 먼저 하나님의 본을 보이자는 내용으로 메시지 전한 뒤 이를 주제로 함께 기도하는 식이다.
목장을 통해 소그룹을 강화한 것도 큰 변화다. 35개 목장의 목자·부목사 70명과 격주로 만나 목자 리더 모임을 하고 있다. 목장 활성화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목장이 살아나니 교회 전체에 활력이 돌았다. 3040 부부 목장엔 원하면 오후 예배 참석 대신 자유롭게 목장 모임을 하도록 했다.
박 목사는 “교인 80%가 교회에서 20분 이상 거리에서 오시다 보니 주중에 따로 목장 모임 하는 게 쉽질 않아 주일에 마음껏 모임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요 철야기도회가 완전히 바뀐 것도 눈길을 끈다. 기도회 이름부터 ‘금요 불꽃 기도회’로 바꿨다. 부목사가 찬양과 기도회를 인도한 뒤 박 목사가 메시지를 전하고 다시 기도회를 인도하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청년 참석자가 대폭 늘었다고 한다.
막 부임한 40대 담임목사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교회를 변화시키는 게 가능할까. 박 목사는 “학자였던 원로목사님과 함께 영적 기초를 다졌던 교인들이 명확하게 원한 건 또 다른 모습의 변화였다”면서 “‘교회가 새롭게 날아오르는 데 쓰임 받겠다’고 약속하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더니 당회는 물론이고 교인들도 동의해 주셔서 이런 변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교회의 본질은 지키되 시대에 맞는 사역의 형태와 리더십의 방향을 계속 고민하며 사역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