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라사는 갈릴리 호수 동편 이방인의 땅입니다. 주님은 이곳에서 한 광인을 만났는데 그는 통제 불능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무덤으로 쫓아버렸고 쇠사슬과 고랑으로 묶었지만 번번이 그것을 풀었습니다. 늘 광란의 소리를 질렀고 심지어 자기 몸을 자해했습니다. 예수님이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광인을 장악하고 있던 귀신이 “내 이름은 군대니 우리가 많음이니이다” 하고 답했습니다. 군대의 헬라어 ‘레기온’은 로마의 군단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보통 6000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군대 귀신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로마제국의 군사적 폭력일 수 있습니다. 또는 전쟁으로 인한 아픔, 아니면 정반대로 사람에 대한 광기와 미움이 될 수 있습니다. 광인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살고 싶다는, 견딜 수 없는 부르짖음이었습니다. 주님은 이 광인을 보자마자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명하셨습니다. 주님도 ‘강한 자’로 그의 앞에 오셨습니다. 그렇게 더 강한 힘으로 우리를 자유케 하셨습니다.(막 3:27)
귀신들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하며 두려워 떨었습니다. 주님은 귀신들이 주변 돼지에게 들어가게 해달라고 하자 이를 허락하셨습니다. 돼지 떼들은 바다로 달려가 몰살했습니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주님에게는 재물의 손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정상으로 돌아온 사람을 기뻐하기보다 죽은 돼지 떼가 더 아까웠습니다. 어떤 경제적 손해가 또 일어날까 두려워 사람들은 예수님에게 그곳을 떠나기를 간청했습니다. 실상 거라사 사람을 광인으로 만들었던 진짜 범인은 사람들의 물질 중심적 태도였습니다. 탐욕과 과도한 경쟁이 사람을 소외시키고 사람을 귀신처럼 만듭니다. 주님은 귀신을 내쫓았을 뿐만 아니라 그 빈자리에 사랑을 심었습니다. 존재를 회복시키고 그에게 하나님의 일을 맡기셨습니다.
이런 일은 19세기 독일 신학자이자 목회자였던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에게도 일어났습니다. 19세기 자유주의의 물을 먹던 블룸하르트의 생각을 바꾸었던 결정적인 일이었습니다. 그의 교구에 고트립 디트스라는 소녀가 있었는데 전형적인 귀신들림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상한 말을 하고 이상한 형체가 보인다고 하며 거품을 내뿜거나 공포영화의 장면처럼 집 안 물건들이 갑자기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블룸하르트는 갑자기 그의 마음에 분노가 일었습니다. 그는 소녀의 손을 잡고 외쳤습니다. “손을 모으고 기도해. 예수님 나를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마귀가 하는 것을 충분히 보았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하실 수 있는 것을 보기 원합니다.” 놀랍게도 그 순간 발작이 멈추고 소녀는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가장 당황했던 것은 블룸하르트였습니다. 예수 이름의 능력을 처음 경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적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1년 반이나 지속했고 성탄절 무렵 귀신은 최종적으로 마지막 발광을 하며 소녀를 떠나갔습니다. 그때 소녀는 외쳤습니다. “예수는 승리자다! 예수는 승리자다!” 이 말은 블룸하르트 평생의 목회 표어가 됐습니다. 그는 믿음으로 많은 병자와 귀신들린 자들을 고치고 그들과 함께했습니다.
이종철 빛과생명교회 목사
◇빛과생명교회는 서울 관악구에 있으며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소속된 교회입니다. 사회에 빛이 되고 가난한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