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지역 돌봄의 하나님 나라

입력 2025-06-06 00:32

몇 년 전 일본으로 탐방을 간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협동조합이 잘돼 있다고 해 현장을 보려 한 것이다. 그중 한 마을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생활협동조합을 거쳐 ‘복지클럽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었다. 복지 문제에 집중하는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노인복지에 대한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큰 도전을 받은 말이 있었다.

첫째, 정부에서는 최저의 복지를 제공하지만 우리는 최적의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말이었다. 마을에서 하는 복지는 같은 주민에게 주는 것이니, 최저가 아니라 최적의 복지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둘째, 노인들이 자기 집에서 죽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이었다.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면 요양원을 가거나 자식 집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마을주민들이 힘을 합쳐 어르신들이 자기 집에서 돌봄을 받고, 낯선 곳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죽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정말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에 계신 어르신들이 생각났다.

평생 한 교회에 헌신하신 분들이다. 연수가 40년, 50년에 이르는 분들도 계신다. 온 인생을 주의 몸된 교회를 위해 헌신했고, 헌금도 귀하게 하셨다. 그런 분들이 나이가 들어 집을 떠나게 되고, 당연히 교회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어르신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내 장례는 누가 치러주는가’이다.

한 교회의 장로이고 권사이신 분들이 교회를 떠나니, 나를 알지 못하는 목사와 성도들이 나의 장례를 치러줄 것을 생각하면 섭섭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교회를 중심으로 어르신 돌봄을 하는 것이었다. 평생 헌신했던 교회에서 끝까지 신앙생활하고, 생활도 돌봄받으며, 그 교회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통합돌봄 서비스가 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통합돌봄지원법’이 2년의 유예기간을 지나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이는 지역에서 의료와 요양을 겸한 서비스를 노인·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국가적 사업이지만 민간과 함께하도록 한 것이다. 어쩌면 몇 년 전 내가 일본 가네가와현에서 봤던 이상적 모델이 대한민국에서도 시행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선진국화되면서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고, 대상 역시 다양하게 넓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노인에 대한 부양은 전적으로 가정의 몫이었다. 자녀들이 책임을 지는 형태였다.

그런데 노령화가 심해지고, 어르신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자녀들이 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국가가 여러모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이르렀고, 이제는 민간자원 투입과 함께 지역공동체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교회가 할 일이 있다. 교회는 그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복지활동을 많이 펼쳐왔다. 체계적으로 복지관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지역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에 대한 돌봄을 개별적으로 펼쳐오기도 했다. 이제 이러한 활동을 넓혀서 지역돌봄으로 가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 가운데 주체로 서야 한다. 앞으로 이것이 지역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

하나님 나라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교회가 속한 그 지역에서 만들어 가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를 이뤄가는 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일 것이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