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치러진 21대 대선에서 49.4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51.7%로 예측됐던 터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대감이 상당했다. 직선제 개헌 이후 50% 이상 득표한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2012년 대선)이 유일했는데, 이 대통령이 출구조사대로 득표했다면 대한민국 민주화 이후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반이 넘는 득표율, 그리고 민주화 이후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에 더 특별한 의미와 역사적 사명을 부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최고 득표율’이 경신됐다면 이 대통령은 집권 초반 개혁의 가속페달을 밟는 데 더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상 과반을 득표한 상황인데, 0.58% 포인트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분명 아쉬운 수치다.
그래서인지 민주당 내부에서도 득표율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내란을 심판하면서도 기어이 50%를 주지 않은 것은 집권 후 민주당도 정신 차려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재명정부가 민심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지 말고, 야당과 함께 가면서 대화와 타협, 그리고 통합하는 행보를 보이라는 위대한 국민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 의원도 “국민이 압도적으로 밀어주지 않고, 과반에서 0.6% 포인트 부족하게 표를 줬다는 것은 실적과 성과로 실력을 증명해 보이라는 여지를 남긴 것”이라며 “현명한 국민이 보내는 매우 ‘살 떨리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재명정부에는 윤석열정부라는 매우 좋은 교본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3년 내내 비판했던 윤석열정부의 행태를 따라 하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이재명정부는 절반은 성공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통령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야당과의 적극적인 대화다. 이 대통령 본인도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야당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취임 직후 국회를 찾아가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대표들과 오찬을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야당 지도부와 교류한다면 직전 정부의 불통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권력의 유혹을 참아내는 일이다. 이것은 이제 막 탄생한 신생 정권과 권력자에게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윤석열정부 실패의 결정적 원인 가운데 하나는 야당을 무시한 강행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제부터 수없이 많은 인사를 단행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야당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작지 않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갖고 있어 국회 청문회는 물론 임명 동의조차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도 야당이 극심하게 반대한다면 적어도 야당이 하는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하길 바란다.
그래야 이를 바라보는 국민도 안심할 것이다. 전임 정부가 그랬으니 우리도 원하는 사람은 다 임명해도 된다는 식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의 유혹도 현명하게 뿌리치길 바란다. 극강의 여대야소 정치 국면에서 총선이 2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분간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여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각별히 주의하길 바란다. 무언가를 하고 싶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을 때 0.58%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리기 바란다. 새 정부가 막 출범한 지금이 아마도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최승욱 정치부 차장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