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으로 1년4개월을 끌어온 의·정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의사 단체와 사직 전공의, 의대생 등은 윤석열정부와 거리를 두고 새 정부 출범까지 숨 고르기를 해왔다. 의사 단체들이 의료 정상화를 조건으로 새 정부와 협상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공공의대 신설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를 향해 첫 메시지를 보냈다. 김 회장은 “현행 의료 위기 해결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줄 것을 요청한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 문제는 조속히 해결돼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장기화한 의·정 갈등과 이 때문에 빚어진 의료 현장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조속히 협상을 시작하자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의료 현장엔 여러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필수·지역 의료 현장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고, 의대생 대규모 유급으로 의사 양성 시스템도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6월 기준 사직 전공의 1만3531명 중 81.3%(1만999명), 의대생 1만9475명 중 65.6%(1만2767명)가 병원·대학 밖에서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의사 사회에선 의·정 대화가 시작된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새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공·지역 의대 4곳, 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을 약속했다. 의사 단체가 반발하는 의사 증원과 직결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에 “의대 정원은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합리적으로 추계하고, 전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의료인, 전문가, 환자와 시민 대표가 참여하는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출범을 약속했다. 정책공약집에서 개혁 방향에 대해 “공급자(의료인)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설정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급자단체인 의협에서 의사 중심의 논의 구조를 요구하는 것과 반대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내 40개 의대·의전원에서 부속·수련 병원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공공) 의대 신설에 대해선 우려가 크다”고 재차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론화위 공약에 대해선 “수혜자 의견만 반영되는 위원회에서 정책을 결정하면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수 있다. 전문가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