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 분리’ 예고된 기재부… 이 대통령 “일단 추경부터”

입력 2025-06-04 19:00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훈식 비서실장. 김지훈 기자

이재명정부가 닻을 올리면서 한국 경제 컨트롤타워이자 한 해 600조원 넘는 정부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 조직개편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가 연내 이뤄지면 2008년 2월 이명박정부 당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통합으로 기재부가 출범한 지 17년 만에 조직이 다시 둘로 쪼개지게 된다.

관건은 구체적 조직개편 시기와 세부 방안이다. 일단 시기는 경기 부양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및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가동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한 뒤 개편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내각 인선 발표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 관련 장관이나 조직 문제가 급하지 않으냐고 말씀하시는데 그건 중장기적인 경제 정책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경제 회생 정책이 필요하다”며 “그중 가장 핵심은 추경 편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에 관가와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경제부총리 후보자 지명 및 비상경제대응 TF 가동, 2차 추경 등을 마친 뒤 기재부 조직개편에 본격 착수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정운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시점부터 기재부의 기능 분리 작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분리 세부방안을 확정하는 것도 새 정부의 과제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법안을 다수 발의한 상태다. 기재부에서 떼어낸 예산 기능은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예산과 기능의 분리는 각각 대통령실과 총리실에 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고 했다.

예산 기능이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산하로 들어갈 경우 이 대통령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 지역화폐 등의 정책이 더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정부 예산안의 국회 심의 내실화 및 정부의 예산 증액 권한에 대한 범위·요건을 명확히 하겠다는 내용도 담은 바 있다.

다만 막강한 예산 권한이 정치권력에 집중되면 재정건전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 기재부가 출범했던 2008년 당시 국가예산 규모는 256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5.7% 수준이었다. 이후 2023년 기준 국가예산은 612조원,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51%로 급증한 상태다.

2차 추경 외에 회계연도와 국회 일정에 연동된 경제정책 스케줄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과 더불어 7월 말 세법 개정안, 8월 말 내년도 예산안 발표 등 9월 정기국회 개의와 맞물린 핵심 정책 준비가 촉박한 상태다.

국가 예산의 큰 틀을 짜는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이 대통령 주재로 다음 달 중 열릴 전망이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