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두의 대통령·실용적 시장주의·국익 외교’ 꼭 실천하길

입력 2025-06-05 01:30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선서를 가진 뒤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는 유독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었다. 통합, 실용, 국익, 유연, 타협, 소통 등이 그런 말들이다. 이 말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한국 사회를 묘사하던 갈등, 충돌, 입법 폭주, 진영 논리, 편 가르기, 불통과 같은 단어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는 염원에 답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날 강조된 단어들도 그런 포부와 관련돼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우선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또 “분열의 정치를 끝내는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통합은 유능, 분열은 무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에 대해선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 낡은 이념은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제안했다. 외교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취임 선서 뒤 첫 행보로 여야 대표와 오찬을 함께한 것도 과거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이 대통령은 “개혁신당 천하람, 국민의힘 김용태 대표를 잘 모시겠다. 자주 보자”고 말했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 말대로 다 이뤄진다면 앞으로 한국 사회가 진짜 거듭날 수도 있을 일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실천이다. 3년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이튿날 “앞으로 야당과 긴밀히 협치하겠다”고 약속했고 “선거를 하면서 헌법정신과 민주주의라는 게 어떤 건지 뜨겁게 가슴으로 다가왔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협치는커녕 야당과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고,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계엄 선포에 이르렀을 뿐이다.

이 대통령만큼은 어제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을 둘러싼 여러 변수들 중에서 어느 하나 비상이 아닌 게 없다. 이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바로 민생 회복을 위해 비상경제대응TF를 발족하고, 국민 통합과 국정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서둘러 지명한 것도 이런 긴박한 상황을 감안해서일 것이다. 위기 상황에선 국민 전체의 마음을 얻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대통령 말대로 낡은 진영 논리나 이념에서 벗어나 통합, 협치, 실용을 무기 삼아 위기 대응에 나선다면 보다 빨리, 보다 효율적으로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