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언어의 휘장 너머
고양이가 남긴 웃음이 있다
고양이는 사라지고
웃고 있는 고양이는 사라지고
언어 속에서
계속 남아 웃고 있는
고양이 없는 고양이의 웃음
미우 미우로 부르든
야옹 야아옹으로 듣든
저기 웃고 있는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희미하게 어른대다 사라지는
언어일 뿐
이 밤 어둠 속에서
고양이가 웃는다
울지 않는 고양이
웃음을 남겨두고 언어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고양이가
제 몸을 찾아 어둠 속을
떠돌고 있다
- 남진우 시집 ‘숲속의 대성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