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 첫날부터 통상 파고 맞닥뜨린 이 대통령

입력 2025-06-05 01: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2배 올리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한국시간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한 직후인 4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됐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 등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들에 오늘까지 미국산 공업·농업 제품에 대한 관세와 쿼터(수입할당량), 비관세 장벽 개선 계획 등을 담은 ‘최상의 제안(best offer)’을 내놓으라고 서한을 전달했다. 다음 달 8일 상호관세 유예 종료에 앞서 미국이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이재명호가 출항하자마자 거친 통상 파고를 마주한 셈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수출의존도가 심한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품목관세가 매겨진 철강은 올해 1~4월 대미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고 5월에는 20.6%로 하락폭이 커졌다. 이 상황에서 관세가 두 배 오르면 수출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 철강 수출 1위국이다. 같은 품목관세(25%) 대상인 대미 수출 1위 자동차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상호관세 부과가 법원에 한 차례 제동이 걸린 터라 트럼프 행정부로선 품목관세 인상이 더욱 요긴한 카드가 될 수 있어서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이 32% 급감한 우리로선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영국을 제외하곤 무역 협상 타결에 이른 나라가 없다. 대외 교역 비중이 높은데다 6개월여 국정 공백으로 협상 준비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한국을 상대로 성과를 내려 할 여지가 크다. 이 대통령으로선 대선 승리의 단꿈에 젖을 여유마저 없는 게 현실이다. 수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속히 외교·안보 진용을 갖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국회도 통상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해 관련 부처 장관 인선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정쟁에 눈 돌리기엔 경제가 지금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