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3 대선에서 패배하며 3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당 출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야기된 선거였음에도 국힘 김문수 후보는 예상보다 높은 41.15%를 득표했다. 하지만 여기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국민의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득표율을 오롯이 당에 대한 지지로 착각하고 계엄 옹호 이미지와 당내 분열을 방치한다면 자멸의 길로 가게 될 것임을 국힘은 명심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4일 친한계 등 국힘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를 계기로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지만 당 지도부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당 대표든, 원내대표든 선거에서 패배하면 책임지는 것이 관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힌 인사는 선거 운동 직전 김 후보가 임명했던 박대출 사무총장이 유일했다. 친윤계 등에선 지도부가 사퇴할 때가 아니며 민주당이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몰아붙이려는 상황인 만큼 국회 상황을 보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패배 후 수습을 둘러싸고도 계파 싸움을 하는 모양새다. 5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개최될 예정인 의원총회에서는 계파 간 입장 충돌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악조건 속에서 얻은 41.15%의 득표율에 대해 국힘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겠지만 여기엔 국힘 지지와 상관없이 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려 한 이들의 뜻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또 많은 국민들은 과거에 대한 비판을 감춘 채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아 표를 줬다. 입법부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한 거대 여권에 맞서는 제1야당의 역할을 해달라, 극우가 아닌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워 유권자들이 믿고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 달라는 바람이 그 속에 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려면 국힘은 통렬한 반성으로 계엄과 탄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고 그동안의 과오에 대해서는 뼈를 깎는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힘이 분열 양상을 반복하며 당권 싸움에만 매달린다면 국민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