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일성으로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경제 살리기에 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재계에서는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경영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계가 입법을 강하게 반대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재추진도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우려 섞인 시선이 상존한다.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그룹은 이날 내부 회의를 열고 기업 관련 새 정부의 정책 과제와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면서 초대 내각 인선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한 여대야소 정치 지형에서는 정책 결정이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정권이 출범한 점을 감안해 이재명 정부 핵심 측근의 동향 파악에 분주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뚜렷한 ‘우클릭’ 행보를 보인 점에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며 경제 성장과 기업 중시 신호를 수차례 보냈다. 이후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재계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거나 사업장을 방문하며 접촉면을 넓혀왔다. 지난달 8일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는 일본과의 경제 연대와 해외 인재 유입 등을 제언한 최 회장에게 “어쩌면 그렇게 저하고 생각이 똑같냐”며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 3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민생경제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과 한경협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10년 만이다. 2월에는 충남 아산에 있는 현대차 공장을 찾아 생산설비 현장을 둘러보고 “기업의 성장은 경제 성장의 전부”라면서 전략 산업 분야에 대한 국내 생산 촉진 지원 세제 도입을 제안했다.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4대 그룹 총수를 공개적으로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들이 자유로운 기업·경제 활동을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정 최고 리더십 공백으로 글로벌 관세 협상 등에서 한계가 있었던 만큼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