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대선 균형감 있게 다뤄… 단독 기사 후속보도 필요해”

입력 2025-06-06 02:21
국민일보 3기 독자위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올해 세 번째 회의에서 본보 기사 및 보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헌 최화진 조애신 독자위원, 안민호 독자위원장, 이대기 독자위원, 남혁상 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 정진영 국민일보 기자. 윤웅 기자

국민일보 3기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올해 세 번째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독자위원장), 조애신 토기장이 출판사 대표,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화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 팀장, 김상헌 법률사무소 헌승 대표변호사(이상 독자위원), 남혁상 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독자위 간사)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국민일보의 보도방향과 개선할 점 등을 두루 논의했다.


이대기 위원=4월 28일자 경제 섹션에 ‘나라는 힘든데 홀로 배불린 금융지주…사상 최대 실적’ 기사가 있었다. 금융회사들이 몇 년간 실적이 계속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저는 기자들에게 은행이 약탈적 대출을 하느냐고 물어본다. 은행이 민간회사냐, 국가기관이냐, 공공기관이냐 물어본다. 기자들은 다 아는데도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주려고 쓰고 실적 난 게 잘못인 것처럼 쓴다. 이런 기사는 분석이 필요하다. 은행이 장사를 잘 해서라기보다 관치금융이 작용해서 그런 것이다. 은행, 금융회사들이 마음대로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게 아니라 정부가 대출 막아라 풀어라, 금리 올려라 내려라 하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정부 개입에 의해 이익이 나는 구조다. 작년 말에는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나니 정부가 대출금리를 낮추지 말라 했다. 금리를 못 낮추니까 예대마진이 커진다. 그렇다고 대출이 갑자기 줄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이익이 많이 생기는데 이익이 나니까 왜 금리 안 내리냐고 하고 금리를 내리니까 대출이 늘어나고 가계부채가 증가한다. 가계부채가 많아지니 대출금리를 못 낮추게 하면 예대마진이 커진다. 그래서 이익이 나는 것이다. 이건 시장논리로 풀어가야 하는데 기자들이 고민을 안 한다. 근원적인 분석이 필요하지 않나 본다. 다른 언론들을 관행적으로 따라가지 말고 국민일보만의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여러 사회 문제 중 하나가 고령화 가속화와 노인 빈곤이다. 더 깊이 있는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5월 27일자 ‘월 50만원 간병 파산 지경’ 기사는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재정 감당이 안 된다. 필요성은 알지만 누가 돈을 대야 하나. 결국은 내 옆 사람, 내 이웃이 돈을 대야 한다. 좀 더 객관적으로 추산금액을 비교 분석해보고 해외 사례를 보태면 좋은 기사가 되지 않을까 한다. 복지는 공짜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같은 날 ‘12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2주택자도 주택연금 받는다’는 기사도 하나은행의 역모기지 상품 설명 정도밖에 안 됐다. 더 좋은 조건인지, 혹은 실제 고객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계산하면 좋았겠다. 상품 설명은 20억원 집이 있을 때 월 360만원씩 25년 받을 수 있다는 건데, 더 나아가서 실질적으로 25년간 이걸 받을 때 내가 부담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나오면 좋았겠다. 기사에는 액면상 집값이 40억으로 오르면 나중에 16억원을 돌려받고 내가 24억원을 부담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게 왜 그렇게 되는지 설명이 없다. 금리가 3.95%이고 360만원을 25년간 받은 걸 원리금을 합하면 제가 계산해보니 18억4000만원이었다. 그런데 상품에 24억원을 부담한다는 건 내가 대출받은 것과 달리 5억6000만원을 더 부담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이걸 선택하겠는가. 상품 소개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조금 더 분석해서 다른 상품보다 좋다 나쁘다까지 판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기자들이 사회 관심사를 남들보다 조금 더 깊이 있게 파고들었으면 한다.


안민호 위원장=신문 읽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다. 세상 소식을 알기 위해서나 대화를 위해서나 일상정보를 얻기 위해서 등이다. 신문 만들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경제 기사는 더 그렇다. 재테크, 소비자경제 섹션이 그래서 있다. 그런데 기사가 대단히 설명적이다. 독자들이 읽고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어떤 걸 선택하라고?’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어렵더라도 선택에 도움이 되는 기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탄핵, 대선 등 큰 이슈가 있었고 국민일보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처리했다. 국민일보가 해왔듯 큰 틀에서 공정하고 균형감 있게 보도한다는 생각을 했다. 읽으면서 보완하거나 고려할 사항을 지적하자면 5월 27일자 2면 ‘서울 충청 지지율 요동’ 기사인데, 마지막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기사다. 내용을 보면 한국갤럽과 다른 조사기관 총 두 곳에서 했는데 표본이 1000명이다. 그런데 충청도는 표본이 적어서 표본오차가 몇 배로 늘어난다. 그래서 충청도 지지율 변화를 의미 있게 해석하기 어렵고 그 내용이 기사에도 실려있다. 제목은 ‘서울 충청 지지율 요동’이지만, 본문에는 ‘지역별 조사는 표본이 작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 있다고 썼다. 그러면 기자가 이 기사가 의미 없다고 얘기하면서 쓴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기사 가치가 없다고 밝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인데 5월 16일자 6면 ‘그 쉬운 투표 하나 못하나’ 기사는 발달장애인 투표권 행사 지원과 관련된 것이다. 주제도 좋고, 우리가 놓치고 있던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좋고, 제목도 좋았다. 제목은 대단히 중의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이었다. 수준 높은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최화진 위원=4월 7일자 제로슈거 음료 관련 기사가 있었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이 제로식품 출시에 총력을 다하고 소비자도 제로식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제로슈거 식품에 인공감미료가 들어간다. 이걸 장기 섭취했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연구 중이다. 그런데 기사는 제로슈거가 건강에 좋고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제로식품을 주로 먹는다는 식으로 장점만 부각했다. 제로식품 섭취 시 주의할 점, 칼로리가 없다고 마음껏 먹으면 안 된다거나, 아이들도 많이 먹으니까 신중해야 한다는 등 주의점도 같이 제시하면 좋았겠다.

4월 15일자 중국산 김치 수입 급증 관련 기사가 있는데, 중국 배추를 가져와서 한국에서 김치를 담그면 원산지를 중국산으로 써야 해 외식업체의 불만이 나온다고 썼다. 그런데 원산지표기법 취지는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치 주원료인 배추가 어디서 생산됐는지 알려주는 게 소비자에겐 대단히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업주의 어려움만 담고 있어서 원산지 표기가 다소 엄격해 보인다고 오인할 수 있는 기사라고 생각했다.


김상헌 위원=날씨가 좋아져서 사람들이 야외활동과 여행을 많이 할 것 같아 여행 기사를 열심히 읽었다. 좋았던 점은 기사가 기행기 형식이라 제가 함께 여행을 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실감나고 구체적이었다. 소개된 여행지를 구글맵과 연동해서 여행지 위치나 가는 방법, 소요시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차이점이자 좋았다. 아쉬웠던 건 단순하게 여행지 정보를 글로 나열하는 형식이라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문단 밑에 여행지 운영시간, 요금, 홈페이지 주소 등을 표 형식으로 정리해주면 더 좋았을 듯하다. 또 미식 여행이나 1인 여행, 야경 투어처럼 특정 콘셉트에 맞는 여행지를 소개해주면 좀 더 흥미로운 기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애신 위원=미션면 중심으로 읽고 분석했다. 독자위원을 맡으면서 기사를 더 깊이 보게 된다. 감동적인 기사를 몇 개 선정했다. 4월 23일자 미션면에 ‘다문화 아이들이 모은 산불 기금’은 차비도 아까워서 걸어다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260만원을 모금했다는 감동적인 기사였다. 그리고 교회 이름이 ‘맛있는 교회’가 있는데, 코로나19 당시 개척해서 3년 만에 신도 100명이 모였다고 한다. 목회자의 건강한 마인드가 굉장한 도전이 되고 국민일보 충성독자가 목사님들이니까 목사님들에게도 도전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5월 12일자에 파란 눈의 선교사들이 남긴 한글 유물 기사를 보면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한글을 배운 것뿐만 아니라 책을 많이 썼다고 한다. 이런 한글 유물 500여점을 전시한다는 건데, 선교사가 ‘한글이 이렇게 훌륭한데 왜 조선인들이 무시할까’는 글도 있다고 한다. 정보뿐 아니라 미션면 독자들에게 좀 더 도전을 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5월 23일에 처음 나온 ‘기독고전 맛집’ 기사는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고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독자층을 넓힐 것으로 기대되는 시리즈다.

이 위원=‘단독’ 타이틀 달고 나오는 기사를 몇 개 봤는데. 4월 9일자 ‘헛똑똑이 AI앱, 주인이 메뉴명 하나 못 정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의미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단독이란 타이틀로 기사가 나간 다음 후속으로 관련 기업들이 그 이후에 어떻게 변화했는지 한 번 더 점검하는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독자들에게 중립적 가치를 갖고 설명해주는 것도 좋지만, 독자들은 가치판단을 가진 기자의 주관적인 의견을 더 좋아한다. 분석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독자들이 판단할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가면 좋겠다.

안 위원장=스트레이트 기사를 넘어서 내러티브 기사로 가고, 기사 분량이 더 많아지고 길어지는 건 퀄리티페이퍼로 가는 길이다. 요즘 국민일보를 보면 타사에 비해 기사 분량도 길고 오피니언도 필진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좋다.

정리=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