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쇄신·재건 급한데… 책임론 싸움에 한동안 분란 겪을 듯

입력 2025-06-04 03:15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KBS·MBC·SBS 지상파 방송3사 대선 출구조사에서 크게 뒤지는 결과가 나오자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낙담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영남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에게 큰 표차로 패배하면서 국민의힘은 국민적 심판을 절감하는 동시에 수권 정당의 기능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압도적 새로움’을 말하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설화’ 논란 끝에 한 자릿수 득표율에 머물며 제3당의 한계를 노출했다. 대선을 앞두고도 이루지 못한 보수 혁신은 앞으로도 요원하며 당분간 내홍만 격화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뒤따른다. 보수 진영 전체가 국민 정서를 이해하고 과거 ‘천막 당사’ 시절과 같은 극도의 쇄신에 들어갈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후보가 새로운 당의 구심점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김 후보는 이제 동력을 잃었고 정치를 그만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당원들이 김 후보를 당의 미래로 바라볼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패배한 대선 후보가 당권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퇴장하는 관행은 과거에 사라졌다고 한다. 다만 비상계엄 사태와 선명히 단절하지 못한 채 끝까지 애매했던 태도, ‘텃밭’ 영남에서도 압도적이지 못했던 대선 결과는 김 후보의 운신 폭을 좁힌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후보는 전국적으로 패배했고, 국민의힘은 잘못을 하고도 너무 당당했다”며 “찬탄과 반탄 세력 중 결국 반탄이 진 것”이라고 총평했다. 김 후보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공산국가’에 비유했고,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나 출당 조치를 먼저 말하지도 않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준석 후보는 대선 완주에 큰 의미를 부여했으나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다른 편이다. 한때 선거비용 전액 보전 기준선인 15%를 향해 가던 그의 지지율은 TV토론에서 여성의 신체를 언급한 사건 뒤 주저앉았다. 젊은 이미지를 내세웠으나 혁신보다는 ‘꼰대’로 비쳤고, 한편으론 40대 동년배들에게도 외면당했다는 박한 평가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은 없고, 제3정당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전형적 증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은 이 당선인과 가족의 범죄 이력, 민주당의 ‘사법부 흔들기’ 등 방탄 행위를 집중 공격했으나 국민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반응을 얻었다.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한 점을 둘러싼 책임론 싸움은 한동안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선 개표 중 “병든 숲은 건강한 나무만 이식하고 불태워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 쪽도 분명히 반격할 것이지만 친윤(친윤석열)계도 버틸 것”이라며 “당내 분란이 일어나는 것만큼은 명약관화”라고 말했다.

위기 때마다 ‘집토끼’만 찾아온 보수 진영은 해묵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지 못한 채 영남권에 기댄 한계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자체적 쇄신이 문제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각종 수사와 정당해산심판 등 험난한 일이 닥쳐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온다. 이 당선인은 선거 막판 국민의힘 내부에도 내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맨땅에 ‘헤딩’한다는 각오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보수는 상당 기간 재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강민 성윤수 정우진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