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한국 대선 주목… “대중·대북 관계 변화 가져올 것”

입력 2025-06-03 21:42 수정 2025-06-04 02:00
3일 한국의 대통령선거 투표 시작을 알리는 중국중앙TV 뉴스. CCTV캡처

3일 오후 8시 한국 대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해외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엄청난 우위(A huge lead)”라는 제목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표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을 경고해온 좌파 정치인이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결과는 서울과 중국, 북한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재명이 15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대받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도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이재명 후보의 승리는 지난 3년간의 보수 집권 이후 한국의 경제·외교·에너지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신임 대통령은 위축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압박,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계엄령 파동의 여파로 더욱 양극화된 사회의 깊은 분열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도좌파 후보인 이재명이 대선에서 큰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그는 최근 수십년 동안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취임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또 “이재명의 선거운동은 계엄령을 선포한 혐의로 축출된 윤석열에 대한 분노의 물결을 타고 진행됐다”면서 이번 선거 투표율이 79.4%로 한국에서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 NHK,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출구조사 결과를 톱뉴스로 전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날 한국 대선 뉴스를 주요 뉴스로 배치하고 하루 종일 실시간 투표율 등 관련 속보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새 대통령이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짚었다. AP통신은 “새 대통령은 경기 침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그리고 북한의 핵 위협 심화 등 주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매체들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대만 매체 CTWANT는 “이번 선거는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지형을 새롭게 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립대만대 정치학과 장덩지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면 한국은 중국·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유연하고 포용적인 ‘균형 잡힌 다자간 외교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한·미 관계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CTWANT에 말했다.

BBC는 북한이 이날까지 한국 대선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침묵은 한국의 대통령 탄핵이나 자유 선거 소식으로 ‘지도자를 제거할 수 있다’는 위험한 아이디어가 북한에서 촉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한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현재의 전략 환경하에서 한·일 관계,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