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또 줘” 욕설 난동 - “나 대신 누가 서명” 항의 소동

입력 2025-06-04 02:03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개표 사무원들이 울산 남구 문수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개표원들은 투표함에서 쏟아진 투표용지의 이상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이어 투표지를 분류기에 투입, 후보자별로 자동 분류한 뒤 심사계수기를 통해 매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연합뉴스

제21대 대선 본투표일인 3일 전국 투표소에서는 선거사무원을 폭행하거나 이중투표를 시도하는 등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개표소에선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관람인이 항의하다 제지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8시까지 전국에서 투표 관련 112신고가 793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유형별 신고 건수는 투표방해·소란 223건, 교통불편 13건, 폭행 5건이었다. 오인 등 기타 신고도 552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만 11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동대문구 한 투표소에서 중년 남성이 선거관리인과 다른 유권자들에게 고성을 지르고 투표소 내부를 촬영하는 등 행패를 부리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투표소에서는 50대 남성이 투표를 마친 뒤 선거 사무원에게 다시 투표용지를 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욕설하고 책상을 밀치며 난동을 부렸다.

투표용지 수령인 서명란에 다른 사람이 서명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한 투표소를 찾은 30대 A씨는 투표용지를 받기 위해 인적사항을 확인하던 중 자신의 이름 옆 수령인 서명란에 이미 다른 사람이 서명한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저는 서명한 적이 없고, 제 글씨도 아니다”고 항의했지만, 현장 투표사무원은 “동명이인이라 헷갈린 것 같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안양시에서도 투표용지 수령인 서명란에 다른 사람의 서명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 평택시 동삭동에 있는 한 투표소에선 30대 남성 B씨의 이름으로 투표가 두 번 이뤄져 선관위가 진상을 파악 중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도록 교육을 미리 다 한다. 다만 일부 투표소에서 부주의로 미흡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동명이인이 서명을 잘못하는 상황 등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다시 확인해 두 사람이 모두 정상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이중투표를 시도한 60대 2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됐다. 제주도 선관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9일과 30일 각각 사전투표를 완료했는데도 이날 다시 투표소를 찾아 사무원에게 신분증을 건네는 등 투표를 시도했다. 서울 광진구에서도 사전투표를 한 30대 여성이 또다시 투표하려 했다가 적발됐다.

울산 동구 일산동 제1투표소에서 한 남성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기 전 선거인명부 확인란에 정자 서명을 거부하고 투표용지의 진위 여부를 묻는 등 투표사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퇴거 조치됐다. 북구 농소3동 제6투표소에서는 한 여성 유권자가 투표소 내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다가 경찰에 제지당했다.

불법 선거운동으로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서울 강동구에서는 60대 남성이 투표소 약 150m 거리에서 파란 옷을 입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투표를 독려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 투표소 입구에는 ‘대통령 김문수’라고 적힌 빨간 풍선이 설치돼 철거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개표 현장에선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관람인들의 소란이 이어졌다. 서울 중구 구민회관 개표소에선 한 관람인이 “사전투표를 왜 갖고 오는 거야”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영등포 다목적 배드민턴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선 “잔여 투표용지 처리 과정이 의심스럽다”고 따지던 관람인이 경찰에 의해 퇴장당했다. 광진구 세종대 컨벤션홀 개표소에선 “개표소 내 CCTV가 정상 작동하는지 의심스럽다”며 재작동을 요청하는 일도 벌어졌다.

신재희 문정임 박재구 조원일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