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가치’ 부각시킨 선거방송… AI·XR 등 화려한 기술로 차별화

입력 2025-06-03 21:43
지상파 방송 3사는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 선거방송에서 의미를 담은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KBS는 서울 광화문 의정부지에 공개 스튜디오 ‘K-큐브’를 설치해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한 인포그래픽을 제작한 MBC와 국회 모습을 3D로 제작해 XR 스튜디오에 적용한 SBS의 선거 토크쇼 ‘썰통령’의 화면(왼쪽부터). 각 사 제공

방송사들은 이번 선거방송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초유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거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인 만큼 선거와 민주주의의 의미를 담은 콘텐츠를 내세웠다.

지상파 방송 3사는 3일 오후 5시부터 선거방송 체제에 돌입했다. MBC는 ‘다시, 민주주의’를 이번 선거방송의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KBS는 조선시대 최고 행정·의결기구인 의정부가 위치했던 광화문 의정부지에서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과거 조선의 국정을 운영하던 공간이자 오늘날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공간의 상징성을 담았다. SBS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상징적 장소였던 국회와 광장의 모습을 확장현실(XR) 스튜디오에 담아냈다.

광복절 80주년을 앞두고 관련 내용을 활용한 콘텐츠들도 선보였다. MBC는 지역별 투표율을 보여주며 독립운동가들의 사진과 말을 한 화면에 담았고, SBS는 윤봉길·윤희순 의사, 일제에 맞선 해녀들 등 각 지역 독립운동가들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투표가 마무리되고 당선자의 윤곽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 동안 방송사들은 다양한 선거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화려한 볼거리는 새로운 기술과 접목되며 한층 다양해졌다. 더 커진 LED 무대와 컴퓨터그래픽(CG), 생성형 인공지능(AI), XR 등 최첨단 기술을 중계 콘텐츠 곳곳에 활용하며 각 방송사만의 차별점을 내세웠다.

SBS는 XR 스튜디오에서 토크쇼 ‘썰통령’과 ‘대선직썰’을 진행했다. 토론 진행자와 패널들 뒤로 국회와 광장, 가상의 대통령 집무실 등이 3D 입체 디자인으로 제작된 배경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KBS는 개표방송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됐던 생성형 AI 기술을 후보자들의 득표 현황을 보여주는 그래픽, 출구조사 카운트다운 영상 등에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방송사들은 투표율 실시간 중계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했다. KBS는 뱀띠인 대통령이 가장 많았고, 이명박 대통령과 12월 19일의 인연 등 역대 대통령과 관련한 흥미로운 정보들을 전달했다. MBC는 충남 금산군과 충북 옥천군이 역대 대통령을 모두 맞힌 ‘당선 나침반 지역’이란 사실을 짚으며, 두 지역의 선거 결과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선거방송 때마다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화려한 그래픽도 눈길을 끌었다. SBS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해 체육복을 입은 대선 후보들이 표를 차지하기 위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같은 전통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그렸다. 또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은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스토브리그’ ‘열혈사제’ 화면에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얼굴을 합성해 후보를 소개하기도 했다.

방송사들은 유권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선거 관련 정보들도 단순하게 수치만 비교,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부터 대선 국면 사이에 벌어진 중요 사건들과 대선 후보 지지율 추이를 연계 분석하거나 득표율 격차가 10분, 30분 단위로 얼마나 변화하는지, 어떤 연령대의 투표율이 가장 높은지 등 유권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를 분석해 시시각각 전달했다.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에는 성별, 연령별 표심의 향방을 막대그래프, 인형뽑기 등의 그래픽을 활용해 선보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